죽음의 그림자를 딛고 넘어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 2008.10.23 12:21

[CEO꿈땀]이판정 넷피아 대표

쇠는 달굴수록 강해진다고 했다. 자국어인터넷 주소 사업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이판정(45ㆍ사진) 넷피아 대표가 그렇다. 적신호를 보내는 건강, 후발업체와의 분쟁, 최대 제휴사와의 결별 등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으며 시련을 스승으로 삼았다. "절망의 긴 터널을 이제 빠져나오고 있다"며 여유로운 웃음을 짓는 이 대표를 가산디지털 단지에서 만났다.

◇"건강만큼 중요한 게 없더군요"

지난 몇 해는 이 대표에게 고난의 시기였다. 외풍에 회사가 힘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건강이 문제였다. 신장 기능의 이상을 알게 된 것은 2003년 무렵. 치료를 시작했지만 병세는 쉽게 호전되지 않았다. 2005년 봄에는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가 치료 후 복귀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후발 업체와의 법적 분쟁 등으로 회사 상황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회사가 매각될 거라는 루머가 돌 정도였습니다. 몸은 약해져있었지만 직원들의 권유에 따라 복귀를 결심했었죠."

2006년 7월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회사 정상화가 급선무였다. 복귀 후 조직과 아이템 정비 등에 매진했다. 그 사이 신장은 최악의 상태가 됐다. 혈액투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어 지난해 초 필리핀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성공적이었습니다. 기계에 의존하며 지내다 건강을 회복하니 더 없이 기뻤습니다."

◇"말을 갈아타지 않을 것"

이 대표는 필리원 병원에 네 달 간 머물면서도 사업구상을 했다. 해외 사업의 베이스캠프로 필리핀을 선택해 법인을 설립한 것.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을 때도 자국인터넷 사업을 1%라도 더 진전시키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넷 사업은 그에게 하나의 신념에 가까웠다.


30대의 열정을 바쳐서 일까. 그는 2001년 미국 기업으로부터 300억원에 회사 매각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거절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어인터넷 주소에 관한 수요가 있는 나라는 96개 정도에 이릅니다. 우리의 솔루션이 이들 국가에 채택된다면 넷피아의 발전뿐 아니라 IT강국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이는 일이 됩니다."

십여 년 고집스럽게 자국어인터넷 사업을 고집하고 있는 그에게 업종을 바꿀 의향은 없는지를 물었다. "강을 건널 때는 말을 갈아타지 말라고 했습니다. 관련 신사업 계획은 세워뒀습니다. 하지만 궤도에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까지는 다른 사업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습니다."

◇"위기가 곧 기회"

이 대표는 자신의 방에 걸려 있는 자수 액자 하나를 보여줬다. 'NETPIA have a dream'. 지난해 퇴사한 직원이 그에게 선물한 것이다. "회사를 떠나는 직원에게서 이 선물을 받을 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던 직원이었죠. 미안함과 책임감이 교차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300명에 달하던 직원 수를 60명 선으로 줄였다. 최대 제휴사였던 KT와의 결별 후 고삐를 바짝 조였다. 그래서 최근의 불황에 대해선 "우리로선 매를 먼저 맞은 셈"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직원들은 남의 나라에 국산 기술과 서비스를 보급한다는 것에 다들 긍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해외 서비스 국가를 현재 15개국에서 수년 내에 배 이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는 지난 10여 년의 성과에 대해 "아쉬운 점은 있지만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도전정신만으로 뛰어들어 숱한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았다는 것. 넷피아는 현재 어디쯤 와 있을까. "긴 터널을 지나온 것 같습니다. 이제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밖의 날씨요? 화창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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