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외화 모자란더니… 한은 스왑 미달

더벨 황은재 기자, 이윤정 기자 | 2008.10.21 16:17

"한은보다 좋은 차입조건 생길 듯"

이 기사는 10월21일(15:5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은행들의 외화자금 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한국은행의 스왑 경쟁입찰이 대규모 미달로 끝났다. 외화유동성이 부족하다며 비명을 지르던 은행들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이번 입찰을 통해 25억달러를 공급하려던 한은은 15억달러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현재 스왑포인트보다 높은 수준에 응찰에 나섰다.

응찰액이 예상외로 크게 저조하자 한은도 "외화유동성이 모자란 것 아니었나?"며 의아해 하는 표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외채무를 지급보증하고 국제금융시장의 신용위험 지수가 하락하자 향후 차입여건이 개선될 것을 기대해 은행들의 태도가 느긋해진 것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 배짱 응찰 가격 등장..한은 그럼 "15억달러'만 지원

21일 한은에 따르면, 3개월만기 25억달러 스왑 경쟁 입찰에 23억2000만달러만 응찰해 예정 규모를 밑돌았다. 낙찰 금액은 응찰액보다 8억달러 작은 15억2000만달러로 결정됐다.

한은 관계자도 "첫 입찰인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응찰 규모가 예상보다 작았다"며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사정에 대해 다시 판단해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배짱 응찰에 나서기도 했다. 높은 스왑포인트를 제시해 '이 가격에도 자금을 줄 수 있냐'는 호기를 부린 것이다. 외화가 없어 '한은이 달러를 지원해야 한다'는 아우성은 찾기 어려웠다.

한은의 평균 낙찰 스왑포인트는 시장 가격보다 높은 -6.79원으로 결정됐다. 당시 외환스왑의 3개월물 스왑포인트닌 -8.00원. 낙찰 스왑포인트는 1.00원 높아 시장 가격에만 외화 자금을 가져가도 이익이 되는 상황이다.

앞서 한은 관계자는 "응찰 스왑포인트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높은 것도 있었다"며 "시장에서 스왑포인트가 상승할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시중은행 "정부 지원+자금 급한 것 없어"


시중은행들이 10월말까지 필요한 자금뿐만 아니라 11월말까지 자금을 일부 확보해 급한 자금 수요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지난 17일에 '경쟁입찰방식 스왑거래 실시' 관련 설명회에서 "이미 국내은행들은 10월말까지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 상황이고 일부 은행은 11월말까지 자금도 확보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수출입은행을 통한 자금 지원 정부의 외화거래 관련 지급보증 등 달러가 들어올 곳이 있고, 향후 차입 여건도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한몫했다.

시중은행 외화자금부장은 "수출입은행에서 지원될 자금의 금리 수준을 감안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공격적으로 들어갈 만큼 자금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 관계자도 "한은의 스왑 입찰이 매주 있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 상황 변화를 보겠다는 관망심리가 우세한 것 같다"고 말했다.

◇ 경쟁입찰 도입 발표→첫 입찰 "2영업일에 준비 어려워"

이번 입찰에는 외국은행 국내지점들이 스왑경쟁입찰 참여 전 법률검토 등의 문제로 참여하지 않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은행들 역시 경쟁입찰 도입에서 첫 입찰까지 시간이 촉박했다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기획서 제출부터 시작해서 내부 업무 절차가 있기 때문에 이틀간 준비하는데 벅찼다"고 말했다.

입찰도 전자 입찰이 아닌 서면 입찰로 진행돼 입찰 참여에 따른 평판 위험 우려도 있었다. 응찰한 사실이 '자금 부족'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은이 시장 가격보다 높은 스왑포인트로 자금을 지원해, 뒤늦은 후회를 하는 금융회사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장은 "한은이 시장 가격보다 1.00원 이상 높은 스왑포인트에 낙찰시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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