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통령 한마디에 '임금 삭감'

은행팀  | 2008.10.21 17:54

임원급여 5~10% 축소 나서… "은행탓" 몰매엔 속앓이

정부가 외화대출보증 등 금융권 지원을 위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자, 은행들도 일제히 임원 급여삭감을 발표하는 등 비상경영체제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은행들의 자구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등 정치권의 압박도 배경으로 작용한 듯 하다. 하지만 외화조달난을 은행만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에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전임원의 급여를 10%씩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이와함께 하나은행은 만기가 도래한 중소기업대출을 100% 연장해주는 등 중소기업 지원대책도 마련했다.

지난달 이미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은 계열사별 자구노력과 함께, 중소기업 지원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불필요한 지출도 최소한 줄이기로 했으며, 여신 관련 연체와 부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 등 사후관리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임직원 급여삭감도 한때 검토했다. 하지만 은행권 최저수준으로 낮아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신한지주도 비상경영체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주말 임원 워크숍 통해 경영합리화 계획을 마련한데 이어, 임원진의 임금동결 또는 삭감을 고심중이다. 아울러 사내 경비절감을 위한 방안과, 불필요하거나 중복된 영업점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이야기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은행 외 다른 계열사에서도 비용절감을 통한 경영개선책이 논의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일 내년도 임원 임금을 5%가량 삭감하고 점포수를 더 이상 늘리지 않기로 했다. 금융시장 불안 장기화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9월말 현재 1222개인 점포수를 더 늘리지 않고, 고객관리를 위해 꼭 필요한 부서 외에는 예산을 삭감하거나 동결키로 했다는 전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강정원 행장 등 경영진들이 최근 워크숍에서 적극적인 위기관리 체제를 구축키로 했다"며 "지속적인 비용절감과 위기관리 능력강화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자, 은행원들은 임원급에서 시작된 임금삭감 여파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정치권이 조언을 넘어 은행들의 경영까지 간섭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금리상승, 외환시장 불안 등 대외여건이 좋지 못한 데 이를 은행 경영문제로 몰아세우거나 모럴헤저드까지 운운하는 건 경계한다"고 말했다.

양병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통령이 은행원들의 임금삭감을 언급한 건 유감"이라며 "기업 노사관계의 자율성을 부정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경제가 처한 위기는 노동자 보다는 정부의 경제운용 실패에서 배경을 찾아야 한다"며 "열심히 일한 직원들의 처우까지 거론하는 건 지나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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