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NHN, 코스피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 2008.10.21 11:33

자회사 발행 CB 250억원 전량 인수...웹젠인수자금 절반 제공

"NHN이 아니고, 자회사인 NHN게임스가 인수한 것입니다."

지난 6월 웹젠 경영권 인수를 발표하면서 NHN측은 인수 주체의 표기에 유난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터넷 대장주인 NHN이 직접 나서 한때 선두권을 다투던 게임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자회사를 통해 인수하는 것이니 어차피 같은 것 아니냐"는 반문에도 NHN측은 "NHN게임스가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한 것"이라며 본사와 직접 연관되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NHN게임스는 당좌자산이 6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순이익은 33억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도 NHN측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인수자금 문제에 대해 "NHN게임스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후 NHN측의 이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NHN은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NHN게임스가 발행하는 전환사채(CB) 250억원어치를 전량 인수해 주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NHN게임스는 두차례에 걸쳐 웹젠 지분 23.74%를 인수했습니다. 인수금액은 480억원 가까이 됩니다. 실질적으로 NHN이 인수대금 절반 이상을 지원하는 셈입니다.


NHN게임스 차원의 인수를 강조했던데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까요. NHN게임스는 당초 웹젠 인수자금을 외부 투자처에서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이 경우 NHN의 NHN게임스 지분 희석화가 우려돼 NHN이 직접 투자를 결정했다는 친절한 배경설명을 곁들였습니다. 참고로 지난 상반기 기준 NHN의 NHN게임스 지분율은 46.88%입니다.

1년에 수천억원의 이익이 나는 NHN이니만큼 이번 CB 인수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NHN게임스가 웹젠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하게 될 경우, 안정적 지분확보 차원에서도 이번 CB 인수는 불가피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NHN이 한가지 잊은 게 있습니다. '신뢰'입니다. 말을 바꾸는 기업은 아무리 좋은 실적을 내도 시장이 믿지 않습니다. 코스피 행을 생각하기에 앞서 이런 부분을 먼저 생각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저만의 기우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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