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샌디스크 인수 멀어지나?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 2008.10.21 11:02

인수 지연 가능성…도시바 경쟁력 약화·낸드 공급 둔화는 삼성에 '긍정적'

도시바가 샌디스크와의 합작법인 지분을 인수키로 하면서 삼성전자의 샌디스크 인수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시바는 전일 미국 샌디스크와 합작해 설립한 생산법인 팹3, 팹4의 생산능력 약 30%를 사들이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샌디스크는 약 10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팹3, 팹4는 도시바와 샌디스크가 같은 비율로 출자해 설립한 합작사로 그동안 양사가 생산량의 절반씩 가져갔지만 이번 합의로 도시바는 향후 낸드 생산량의 65%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도시바 경쟁력 약화..삼성에 '호재'=증권업계는 도시바의 지분 인수에 대해 일단 삼성전자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샌디스크와의 공조가 약화돼 도시바의 장기 경쟁력에 타격을 줄 것이란 이유다.

박현 푸르덴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낸드 시장에서 입지 약화를 우려했던 도시바가 삼성에 맞서 샌디스크 인수전에 나서기에는 자금 부담이 컸다"며 "이번 독자적인 생산능력 확대는 도시바의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향후 도시바는 독자적 설비투자를 통해 M/S를 확보할 전망"이라며 "투자에 보수적인 샌디스크를 배제하고 도시바가 독자적으로 설비증설을 지속할 경우 양사의 제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사의 공동투자는 금전적 부담을 줄여주고, 영업손실 공동 보전을 통해 불황 극복을 용이하게 해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불황기에 독자적 설비투자에 나서야 하는 도시바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낸드 공급 증가율 둔화도 삼성전자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낸드 시장이 불투명한 가운데 도시바·샌디스크의 낸드 수익성 악화 및 자금 여력 부족 등으로 내년 양사 연합의 추가적인 낸드 생산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바, 샌디스크의 투자 축소로 내년 낸드 공급 증가율이 올해 115%에서 64%로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샌디스크 인수 가능성은?=삼성전자의 샌디스크 인수에 대해서는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박 애널리스트는 "지분 매각을 통해 10억달러 수준의 현금을 확보한 샌디스크가 삼성과의 매각 협상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며 삼성의 인수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독점 규제를 고려할 때 단기간에 샌디스크를 인수하는 것이 삼성에 유리하지도 않다"며 "무모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발표된 삼성의 샌디스크 인수 결정은, 어쩌면 산업재편을 염두에 둔 삼성측의 장기 포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 애널리스트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향후 인수 시 시너지 효과가 높은 샌디스크 인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다소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오히려 인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샌디스크의 현재 주가는 14.42달러로 삼성이 제시한 인수 가격 26달러와 80.3%의 괴리가 발생한 상태다.

이선태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샌디스크의 주력 사업인 플래시 카드 부분은 안정적인 낸드 플래시 확보가 중요한데, 이번 지분 변동으로 사업 변동성이 높아졌다"며 "수요 부진으로 업황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주주들이 삼성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도시바의 이번 지분 인수는 삼성의 샌디스크 인수 가능성을 높여주고, 삼성의 샌디스크 인수는 낸드 플래시 시장 회복과 삼성의 시장지배력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업종과 삼성전자에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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