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금리 올려도 예금 안느네"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으로 주식시장과 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들이 은행권 정기예금 등으로 몰리고 있지만 저축은행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최근 시중은행들도 정기예금 금리를 7%대로 속속 올린 때문이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6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이달 들어 16일까지 9조5957억이 증가했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연 8%가 넘는 고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예상만큼 예금이 늘지 않는다며 울상이다.

한 대형저축은행의 경우 최근 금리 인상으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8% 육박하고 있지만 예금 증가폭은 기대만큼 크지 않다. 지난 9월말까지 전월 대비 1000억원 가량 증가하던 예금 증가액이 이달 20일 현재 전월 말 대비 725억원 늘어나는데 그쳐 금리 인상 전과 큰 차이가 없다.

또 다른 대형저축은행의 경우 8월말 2조3986억원이던 예금잔액이 9월말 2조3908억으로 줄었다, 최근 금리인상으로 2조4075억으로 겨우 회복된 상태다.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만이 8월 이후 월간 2~4% 예금 증가율을 기록하며 분전하고 있는 게 눈길을 끌 뿐이다. 지난 상반기 저축은행 업계의 평균 예금 증가율은 1.27%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저축은행을 타깃으로 삼아 고객들을 빼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 건물 위층에 저축은행도 들어와 있는데 해당 저축은행 고객들이 최근 예금을 빼내 우리 지점으로 왔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권에 영업권을 확보하고 있는 한 중형저축은행도 최근 잇따라 금리를 올렸지만 예금 잔액은 8월 말 9830억원, 9월 말 9890억원, 이번달 20일 현재 1조37억원 등으로 금리인상 효과를 거의 누리지 못했다.

이 저축은행 관계자는 "원래 연말에 예금만기가 몰려있어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예금 증가율이 더디다"라고 해명했다.

실제 저축은행 업계에선 연말에 예금만기가 집중돼 있다. 연말 결산시 BIS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예금 상품을 출시해 자금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았던 터라 연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이 몰려있는 탓이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예금보장한도가 5000만원이어서 고금리를 통한 대규모 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령 1억원을 저축은행 예금에 맡기는 경우 A저축은행에 5000만원 B저축은행에 5000만원으로 분산 예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4인 가족이 개별적으로 예금 상품에 가입해도 (보장한도는) 최대 2억원"이라며 "근본적으로 예금을 통한 자금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