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건강염려증 권하는 사회

머니투데이 이기형 기자 | 2008.10.22 09:22
'건강염려증'이라는 게 있다. 단순히 건강에 대한 걱정이 많은 게 아니다. 정식 병명이다. 작은 증상에도 큰 염려를 하는 증상이다. 이 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06년에 1만1951명, 2007년에 1만5563명에서 올해 6월까지 9464명에 달했다. 실제 환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건강정보의 홍수, 그리고 중병을 앓은 사람들과 접촉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즉 '아는 게 병'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는 게 병이 아니라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섣불리 아는 게 문제다.

우선 '멜라민'을 예로 들어보자. 멜라민은 음식에 들어가선 안되는 유기화합물이지만 농도가 낮은 경우에는 인체에 들어가도 소변으로 배출된다. 농도가 높아지면 소변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신장에 누적, 신장을 손상시키게 된다. 이것이 멜라민이 함유된 중국산 분유를 먹은 유아들이 사망한 원인이다.

우리나라에 수입된 것은 분유를 원료로 한 첨가물들이다. 그 농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식약청이 당초 H업체 과자에서 검출된 멜라민은 137ppm으로 체중 30kg 어린이가 하루 20개씩 평생 먹어야 해롭다고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국 분유에서 검출된 멜라민의 양은 2500ppm이었다.

멜라민 파동은 플라스틱(멜라민-포름알데히드) 식기논란으로 확산됐다. 사용전에 충분히 세척하고 사용중에 화기나 고온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면 해가 없다. 하지만 식기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뜨거운 물에 닿았을 때 미량의 포름알데히드가 용출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문제가 됐다.

포르알데히드가 어떤 물질인가. 흔히 알려진 발암물질 아닌가. 하지만 포름알데히드는 콜라(8ppm)와 맥주(0.7ppm)에도, 훈제생선, 훈제고기에도 들어있다. 포름알데히드는 우리 몸속에서도 신진대사 과정에서 만들어져 피 속에도 존재한다. 물론 미량의 경우에는 인체에 해가 없다.(내추럴리 데인저러스, 다산초당 刊)


우리가 진통제로 사용하는 게보린, 사리돈, 펜잘 등은 안전할까. 이 진통제에 포함된 성분은 부작용 때문에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1970년대부터 퇴출되고 있다며 한 시민단체가 최근 문제를 제기했다. 안전하다고 알려진 아스피린도 다량 복용에 따른 부작용(출혈성 궤양)으로 미국에서만 매년 7600명이 죽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음식들은 모두 위험(독)을 내포하고 있다. 건강에 좋다는 포도주에도, 최고급 위스키에도 발암물질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양의 문제다. 얼마나 많이 섭취할 때 그렇게 되느냐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건강과 관련된 자료들이 넘쳐난다. 그중 하나가 커피에서 발암물질 발견됐다는 자료다. 당시 회사명이 거론된 수입업체들은 난리가 났다. 하지만 발암물질의 양은 유럽 기준에 미치지 않는 미량이었다. 커피는 카페인 논쟁은 물론 발암과의 연관성이 많이 제기되는 식품중 하나다.

한 의원은 국감자료를 통해 AI(조류인플루엔자)가 대유행(사람간 대규모 감염)하면 2개월동안 5만명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자료를 내놨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라는 지적이겠지만 아직 사람간 AI 감염사례는 한건도 없었다. 따라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정확한 백신도 없다. 걸린 사람이 없으니 그 백신이 있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현재 거론되는 백신은 말 그대로 대유행 전단계의 예비백신(프리-판데믹백신)일 뿐이다.

이쯤되면 '술 권하는 사회'가 아니라 '건강염려증을 권하는 사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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