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숏베팅 금지" 내린 증권사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10.20 17:30

"대공황 때도 단기 급등 있어… 무작정 하락베팅은 금물"

코스피지수가 지난주말에 이어 또 다시 연저점을 경신했다. 그러나 1180선으로 주저앉은 채 장을 마쳤던 전날과 달리 이날은 1200선을 회복했다.

전날 만든 장대양봉의 절반을 회복한 상태에 불과하고 5일 이평선(1262)과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반전을 언급하긴 성급하다. 지난 15∼16일 만든 갭(1327.42∼1265.85)을 채우고 올라서지 않는 한 하락추세가 끝났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운 일이다.

이날도 시총상위 종목에서 하한가가 나왔다. JP모간이 투자의견을 낮춘 미래에셋증권은 끝내 하한가를 벗어나지 못했다. JP모간은 미래에셋증권의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시장수익률 하회(Underperform)'로 내리며 기존 목표가 17만1000원을 6만5000원으로 62% 낮췄다.

리포트 내용은 충분히 수긍할만한 내용이었다. 현재와 같이 취약한 증시 상황에서 해당 리포트를 작성한 애널리스트의 평판과 증권사의 명성을 감안하면 하한가를 피하기 어려웠다는 점에 수긍이 간다.

그러나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지난주 이미 8만2000원까지 주가가 떨어진 뒤에야 투자의견을 수정했는데 이제 7%만 더 떨어지면 긴급 수정한 목표치를 밑돌게 된다.

또 다른 외국증권사인 메릴린치는 대림산업의 목표가격을 12만원에서 3만8000원으로 68% 낮췄다. 투자의견은 JP모간이 미래에셋증권에 적용한 것처럼 '매수(Buy)'에서 '시장수익률 하회(Underperform)'로 바꿨다.
이날 대림산업 주가는 3만3850원까지 13% 넘게 떨어진 뒤 350원(0.9%) 오른 3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이미 메릴린치가 수정한 목표가를 밑돌았다.

대림산업은 이미 지난주 후반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 뒷북치고는 더할 나위없는 뒷북이었다.

지난주엔 국제신용평가사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지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나중에 S&P와 무디스 등 양대 신용평가사가 모두 등급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은행업종에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지주를 한번씩 하한가로 내몰았고 증시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현재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증권에 최상위 등급인 'AAA'를 부여하면서 무분별한 투자를 야기시킨 국제신용평가사와 투자은행 몰락과정의 주인공들이 한국에선 여전한 위력을 떨치고 있는 셈이다.

IMF외환위기 때처럼 음모론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누가 아무리 떠들어도 약점이 없다면 주가가 이렇게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사 주가가 휘청거리는 것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최고치(2085) 대비 45%나 떨어졌어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전세계 어느 한 곳도 무사하지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울 뿐더러 실물위기로 전이되는 상황에서는 주가 하단을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금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1929년 대공황이 시작되면서 380이었던 다우지수가 40선까지 1/10 토막이 난 점과 IMF때 코스피지수가 전고점 대비 75%나 추락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1000선은 물론 700선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점점 커지는 실정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가 동시에 열병을 앓고 있는 게 사상 초유의 일이고 아직 실물경기 침체에 따른 고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은 마당에 단지 절반 정도 떨어진 주가를 놓고 "낙폭과다"라든가 "절호의 매수기회"라고 외치는 게 얼마나 허황된 일인지 나중에 입증될 것이라는 예언자적 충고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비관적으로 보는 분석·전망과 시장을 상대로 베팅하는 실전은 다르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대공황은 아니어도 실물경기 침체에 따라 공황에 준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처절한 고통이 현실화될 것으로 내다보는 쪽에서조차 주가하락시 수익이 나는 '숏베팅'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증권사의 한 임원은 "해당 부서와 직원은 불만을 토로하지만 지수선물 및 콜옵션을 매도하거나 풋옵션을 매수하는 등의 '숏베팅'을 금지시켰다"면서 "대공황 때 차트를 보면 단기적으로 20%의 급등이 나온 적도 있고 현재 시장이 일방적인 숏에 몰입하고 있다고 판단해 그런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주가 바닥이 요원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무턱대고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동물적 감각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공황때 3년간 하락추세 속에서 7번 정도 반등이 나왔는데 아무리 인내력이 깊은 사람이라고 해도 4번째나 5번째 바닥에서 매수로 진입했다면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차트에 입각해 바닥을 찾지 말고 증시 및 자산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만한 변수가 나오고 있는지 참고 또 참으면서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우지수가 대공황 이전 주가를 회복할 때까지 20여년이 걸렸지만 대공황 때 주가 추락기간은 단 3년이었다. 회복 기간이 요원할 수는 있어도 증시 추락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은 셈이다.
현재 1년의 주가 추락기간에 상승분의 절반이 사라졌다. 비록 'L'자형 진행이 되면서 회복에는 시간이 걸려도 주가가 현재까지 하락폭보다 더 빠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

물론 대공황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잘 연구했다면 이러한 과거 잣대조차 적용되지 않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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