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감산 이어 감원·감봉 "생존모드"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8.10.21 08:59

하이닉스 채용 중단… 키몬다·마이크론 등은 감원

2년여의 불황을 겪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업계가 투자 축소와 감산에 이어 감원, 감봉 등에 나서고 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모드로 전환한데 따른 것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반도체는 올해 신규 채용을 중단한 상태다. 통상 매년 2000명 정도의 생산직을 선발했지만 올해는 채용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신규 대졸 공채도 올해는 없다. 매년 상당수 인원이 자연적으로 퇴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채용 중단은 사실상의 감원에 해당한다.

하이닉스의 채용 중단은 수익성이 악화된 200mm 라인 폐쇄에 따른 것이다. 하이닉스는 국내외에 총 5개의 200mm 라인을 운영해 왔지만 내년 초까지 한 곳만 남기고 모두 폐쇄키로 한 상태다. 이미 이천과 청주의 두 개 라인이 모두 폐쇄돼 이곳에서 근무하던 2000여명의 생산직이 현재 다른 라인으로 전환배치된 상태다.

하이닉스는 올해와 내년에 생산직 신규채용을 하지 않으면 자연감소를 통해 1000명 정도의 생산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 9월 미국의 200mm 라인인 유진공장을 폐쇄하고 약 1000명의 현지 인원을 해고한 바 있다.

미국 마이크론에 '이노테라' 지분을 매각키로 한 독일의 키몬다도 대규모 감원을 실시키로 했다. 전세계 사업장에서 총 3000여명을 줄일 계획이다. 키몬다의 감원도 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200mm 라인 폐쇄와 연결돼 있다. 키몬다는 미국 리치몬드의 200mm D램 라인을 내년 1월까지, 독일 드레스덴의 후공정 라인은 내년 3월까지 각각 폐쇄키로 결정했다.

마이크론도 인텔과 합작해 설립한 ‘IM플래시’의 200mm 라인을 내년 초 폐쇄하고 앞으로 2년간 인력 15%를 감원키로 했다.


D램 업계 3위인 일본 엘피다는 최근 최고경영진의 연봉을 자진 삭감키로 했다. 엘피다의 사카모토 유키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은 내년 3월 또는 월별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할 때까지 보수를 5~100% 자진 감봉키로 했다. 사카모토 CEO는 당초 50%만 감봉키로 했다가 11월과 12월에는 급여를 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감봉 계획을 변경했다.

엘피다 최고경영진의 보수 자진 삭감은 3분기 실적이 2분기에 비해 악화된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지만 ‘현금 한푼이 아쉬운 회사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엘피다는 최고경영진의 감봉에 앞서 총 1600억엔의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투자 축소, 감산에 이어 감원, 감봉에까지 나서는 이유는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손실이 계속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자 상태에 빠진 메모리 업계는 올해도 흑자전환은 물 건너 간 상태다.

게다가 연초까지만 해도 올 하반기로 예상됐던 시장 회복 시기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지금은 '살아남는게 급선무'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 누적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해 감산과 투자축소 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장기 불황에 대비해 자금을 최대한 비축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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