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달러기근에 정부 국제공조 동참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10.19 16:30

고강도 '금융처방전' 발표 배경은

정부가 국내은행의 외환거래에 대한 지급보증과 장기펀드 소득공제 혜택 등 고강도 처방전을 내놓은 것은 글로벌 위기 국면에서 국내 금융시장의 여건이 매우 위태로움을 반증한다.

정부는 지난주 중반까지만해도 외화차입에 대한 정부 보증건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며칠새 입장이 돌변했다. 특히 호주에 이어서 미국와 유럽연합(EU)이 은행 간 자금 거래에 대한 보증에 나서고, 아시아국가 중에서도 싱가포르가 지급보증 대열에 합류하자 우리 정부도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와 관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시간을 끌면 국내 은행들이 더 차별을 받고 어려운 입장에 처할 수 있어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세계 주요국에서 인터뱅크 거래에 대해 정부가 보증을 해주는 마당에 외부에서 달러를 빌릴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가 손을 놓고 있을 경우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달러 기근 현상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합의한 국제공조에 합류해야 한다는 점도 작용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 전광우 금융위원장(오른쪽),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왼쪽)이 19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하는 지급보증 문제를 섣불리 꺼내기가 부담스러웠지만 글로벌 대세가 확인되자 신속하게 실행에 옮긴 흔적도 엿보인다.

여기에 선제적 대응을 요구하는 금융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속도를 늦췄다가는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읽힌다. 재정부 관계자는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적절한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내년 6월까지 도입하는 신규 및 차환용 외환 차입에 대해서 10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보증키로 기한과 범위를 정했다. 여기에는 내년 6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국내은행의 대외채무가 800억 달러 규모인 점도 고려됐다.

이번 대책에는 정부가 은행에 달러 공급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200억 달러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개별은행에 지원되고, 100억 달러는 외환스와프 시장에 공급한다.

강 장관은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은행에는 개별적으로 200억 달러를 직접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초 수출입은행에 50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그때는 기업들의 선물환 거래에 숨통을 터주기 위한 조치였다면 이번에는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은행권에 달러를 수혈해주기 위한 차원이다. 정부가 은행들과 직접 거래를 할 수 없어 수출입은행을 거치는 방식이 적용됐다.

이 같은 사실상의 은행권 직접 지원은 강만수 장관이 지난 6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필요하면 은행에 달러를 직접 지원하는 조치도 취하겠다"고 비공개로 약속했고, 이번에 실행에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에는 정부로부터 달러를 직접 지원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해당 은행의 대외신인도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개를 하지 않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단계가 지났다는 판단이다.

장기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부여는 증권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안으로 역시 정부는 세수 감소 부담을 내세워 귀를 닫아왔다. 하지만 외국인의 대량 매도로 코스피가 1100원대로 급락하는 등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주식시장이 패닉 상황으로 치닫자 장기펀드에 대한 세제지원까지 대책에 포함시켰다.

특히 수십% 대 마이너스 수익률에 울고 있는 기존 펀드 가입자의 동요가 심상치 않자 최초 1년간 불입액의 20% 세제혜택이라는 '당근'과 중도해지시 추징이라는 '채찍'을 동시에 내놓았다.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펀드를 갈아타더라도 초기에 혜택을 많이 주고 해지하면 그만큼 물어줘야하는 금액도 크게 해 되도록이면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에서 추가 감세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었다"면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14개월짜리 단기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 펀드 세제지원과 함께 요구했던 증권거래세 인하는 이번에도 검토되지 않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증권거래세를 인하해도 그 효과가 단기간에 미치기 때문에 초기부터 논의 대상에서 제외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인사는 "22일로 예정된 건설업 안정대책까지 발표하고 나면 당분간은 신규 대책보다는 발표된 대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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