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외화 직접지원, 급한 불은 끄겠지만…"

더벨 황은재 기자 | 2008.10.17 12:51

피말리던 은행 외화부족 '해갈' 기대… 근본 우려 걷어내긴 어려워

이 기사는 10월17일(12:4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을 풀어 은행권에 지원하기로 한 것은 최근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사정이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은행간 자금시장에서 달러를 전혀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 16일엔 원화와 달러를 교환하는 스왑시장에서 원화자금에 적용되는 금리가 0%로 떨어졌다.

특히 유럽계 은행들이 국내 은행에 대한 크레디트라인을 축소하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S&P나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풍기는 자료를 연일 뿌려댔다.

한은은 지난해 9월부터 스왑시장에 개입해 외화유동성을 공급해 왔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국내 스왑시장도 기능이 마비되자 별 소용이 없었다.

한은은 결국 유동성이 부족한 은행들에게 보다 확실하게 달러를 지원할 방법으로 개별은행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경쟁입찰을 통한 스왑거래 방식을 선택했다. 미국이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이용한기간물입찰제도(TAF)와 유사하다. 미국은 이후 위기가 더 커지자 구제금융 형식의 직접 자금 지원 방식으로 바꿨다.

◇ 외화유동성 경색 해소..시장 붕괴 차단

한은은 경쟁입찰 스왑거래와 관련해 "외화자금의 공급의 예측 가능성 및 효율성이 높아지고 외화자금 시장이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국외로부터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외국환은행에 외화자금조달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달러화와 원화 자금을 교환하는 통화스왑시장은 지난 16일 1년만기 원화 금리가 0.00%까지 하락했다. 원화를 주고 달러를 빌려올 경우, 상대 금융회사로부터 원화 이자를 받지 못하고 달러이지만 줘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리가 마이너스대로 떨어지면 원화를 빌려주고 여기에 이자까지 줘야하는 상황에 이를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외화자금시장에서는 한은이 외환보유고를 풀어서라도 시장이 붕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로 컸다. 외국은행 스왑딜러는 "달러유동성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한은이 스왑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외화자금을 공급하기로 함에 따라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불안심리 차단 급선무.."상환 불이행 우려 해소 목적"

한은이 스왑 경쟁입찰을 통한 자금지원을 통해 노리는 효과는 '불안심리'를 완화하는 데 있다. 은행들의 외화자금 사정이 대규모 자금을 공급해야 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금융회사 간 '신뢰'의 문제가 거론될 정도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은행들의 외화차입이 완전 차단된 상황은 아니다"며 "이미 국내은행들은 10월말까지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 상황이고 일부 은행은 11월말까지 자금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연말까지 27억달러의 중장기 만기를 포함해 총 361억 달러 정도의 외화자금 만기가 도래하지만 현재 상황이면 충분히 차환 가능하다고 밝혔다. 안 국장은 그러나 "입찰제 도입은 외국환은행들의 외화자금 만기 도래에 따른 상환 불이행 우려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오는 21일 첫 입찰에서는 내년 1월에 만기 도래하도록 3개월 물로 20억~3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지원될 예정이다.

한은은 또 매주 화요일 정례 경쟁입찰과 함께 수시입찰도 가능하다는 방침이다. 미국 달러화 이외의 이종통화까지 입찰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스왑경쟁입찰 대상 은행은 한은에 원화 및 외화 지준 계좌를 보유한 모든 외국환 은행으로 확대된다.


한은은 "스왑시장에서 외화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수요자(end user)가 한은으로부터 직접 외화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모든 외국환 은행에 입찰참가 자격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 시장 기능 작동 기대..현행 스왑 참여로는 한계

한은이 외화유동성이 부족한 은행을 선별해 외화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이 아닌 경쟁입찰 방식을 선택한 데는 아직까지는 '스왑시장의 기능이 마비된 것은 아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올해 1~8월까지 외환스왑을 통해 거래된 만기는 1주일 이하가 43.7%로 가장 많고, 1주일에서 1개월 이하가 41.5%, 1개월~3개월 이하가 17.6%로 나타났다. 통화스왑을 포함한 만기별 비중에서도 3개월물 이하가 78.7%로 압도적이었다.

외환스왑을 통해 3개월만기 외화자금을 지원할 경우, 전체 기간물 시장의 외화유동성 경색이 풀리는 효과를 거둘 것이란 시각이다. 외환스왑 거래의 90%가 3개월 이하에 집중돼 있는 점도 감안됐다.

지난해 9월 도입된 스왑시장 직접 참여에서도 한은은 주로 만기 3개월 이하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현행 스왑시장 참여 방식으로는 외화유동성 공급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스왑시장 참여거래 제도는 1차적으로 한은이 스왑거래 대상 은행과 거래를 하고 2차적으로 거래대행 은행이 일반 외국환은행과 거래를 하는 형태이다. 한은이 스왑거래 대행은행에 달러를 풀어도 2차 거래가 일어나지 않으면 유동성 공급이 차단된다.

안 국장은 "스왑시장 참여로는 일부 은행에만 자금이 지원됐고 자금이 제대로 돌지 않았다"고 말했다.

◇ 급한 불 껐지만..신용경색 오래가면 한계도 분명

스왑시장과 전문가들은 한은의 조치에 대해 '좀 더 일찍 조치를 취했었다면'하는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류승선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는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에게 달러 자금을 대출하거나 공급해 주는 경로가 거의 없었다"며 "한은과 은행간의 외화자금 공급 통로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스왑딜러는 "기존에는 한은의 시장 개입 대행은행에만 외화자금 지원이 이뤄졌었다"며 "이제는 실제로 자금이 필요한 곳에 외화자금이 공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외화자금시장에 숨통을 틔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외화조달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에는 외환보유액이 2400억달러에 달해도 버틸 수 없다. 은행 스스로 만기불일치와 외화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은행 스왑딜러는 "한은의 조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글로벌 신용경색이 개선돼 국내기관들의 달러자금 조달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은의 자금 지원은 한계에 당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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