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지갑 닫나? 곳곳 이상징후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08.10.16 18:57

(상보)고급가구 매출 '뚝'-고급 의류브랜드 퇴출-와인바 매출 30% 감소

일요일인 지난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고급 가구 매장. 주말이면 800~1000만원 가량 하는 대형소파가 3∼4조씩 꾸준히 팔렸지만 최근에는 찾는 사람조차 거의 없다.

매장 관계자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실물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이사철 특수마저 사라졌다"며 "요즘 들어 고급가구 판매 실적이 현저히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에 있는 또 다른 백화점. 최근 매출이 부진했던 이태리 명품 캐주얼인 폴앤샥, 골프의류 전문 브랜드 애쉬워스, 여성캐주얼 브랜드 헤이린 등이 퇴점 조치됐다.

백화점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불경기와 고온 현상의 지속 등 날씨 요인으로 인해 의류 브랜드들이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일반 패션업체는 물론 막스마라나 미소니 등 명품 브랜드들도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월간 백화점 매출이 올 들어 처음으로 감소하면서 내수를 받치는 한 축인 부자들이 지갑을 닫는 것 아니냐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백화점 매출의 효자 노릇을 해왔던 명품 신장률이 9월 들어 꺾이는 모습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8월에 50%까지 증가했던 명품 매출 신장률이 9월 들어 33%로 뚝 떨어졌다.

명품 백화점을 표방하고 있는 갤러리아도 상위 1%(전체 고객 중 가장 물건을 많이 사는 고객순서, 대략 1000명 수준)의 매출 신장률이 올 들어 처음 한자리수로 내려앉았다. 1~8월까지는 10~15% 신장률을 나타냈지만 9월에 5%를 기록한 것.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부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판단하긴 이르지만 명품 신장세가 꺾이면 백화점 매출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본격적인 내수 위축의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백화점에서도 비싼 것보다는 소형 상품이 잘 팔리고 있다. 미니오븐이 대표적인 제품. 10월 들어 매출이 25% 가까이 신장했다.

가전제품 담당자는 "평균 가격이 10~30만원대인 미니오븐은 대형오븐이 겨우 1대 팔릴 때 3대 정도가 더 팔리고 있다"면서 "가격이 비싼 것보다는 소형가전 위주의 알뜰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흉흉한 얘기는 우리나라 부촌의 상징인 서울 청담동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와인바와 레스토랑 절반이 "장사가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는 소문이 그것이다.

한 와인 유통업자는 이에 대해 "최근 환율 폭등으로 와인의 수입단가가 오르면서 가격도 올랐다"고 전제한 뒤 "워낙 경기가 좋지 않으니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고 가게마다 매출이 20~30%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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