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탈락까지 '숨막히는 드라마'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 2008.10.16 19:14
"한편의 드라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바라보는 관전자들의 입에선 이 말이 절로 나온다.

'수조원대의 딜'이라는 인수 규모 자체가 매머드급 중량감을 풍기는 데다, 인수전 참가자들이 벌이는 경쟁구도와 돌발변수들이 극적 긴장감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관전자 입장에서 인수전을 바라봤을 때고, 인수전 참가자들의 입장에선 드라마 앞에 '피말리는'이란 수식어를 붙여야 맞을 것 같다. 그만큼 이번 대우조선 인수전은 극적인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8월 22일 매각주체인 산업은행이 매각공고를 내면서 극은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산업은행이 공적자금을 적기에 회수하고 회사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경영주체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대우조선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지 5개월 만이다.

8월 27일 예비입찰 결과 무대엔 포스코ㆍGSㆍ 한화ㆍ현대중공업 등 4개사가 올라왔다. 강한 인수의지를 보였던 두산은 이에 앞서 18일 돌연 불참 선언을 했다. 선박 엔진과 담수화 플랜트 등 기존 핵심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게 당시 두산이 밝힌 불참 이유다.

곧이어 두산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의 중소형 건설장비 업체 밥캣에 1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인수전에 빠지는 대신 여유자금 중 1조원 가량을 순차적으로 밥캣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두산은 '유동성 악화설'과 '추가 유상증자설' 등에 시달리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두산이 빠진 인수전 양상을 시장에선 '1강 2중' 또는 '1강 1중 1약' 정도로 해석했다. 자금여력 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선 포스코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예비입찰 직전에 갑자기 나선 현대중공업은 인수의지가 사실상 없다는 분석이 많았다.

극적 반전은 본입찰을 나흘 앞두고 시작됐다.

GS가 지난 9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포스코와 공동으로 대우조선을 인수한다고 돌연 선언을 한 것이다. 50대50의 지분을 갖고 동등한 조건으로 참여하되 컨소시엄의 대표는 포스코가 맡는다는 내용이었다. 예측치 못한 돌발변수에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포스코-GS 연합으로 승리를 굳혔다" "불완전한 동거다" "포스코-GS가 한화에 불안을 느낄만큼 한화가 뭔가 무기를 쥔게 아니냐" 는 등의 설들이 난무했다.

반전은 또 다른 반전으로 이어졌다.

본입찰 당일인 13일 입찰제안서 마감을 불과 두세시간 앞두고 GS는 포스코에 컨소시엄 탈퇴를 통보했다. 이같은 사실은 본입찰 마감 후에 알려졌다.

공식적인 동거 체제가 불과 나흘만에 깨진 이유는 '입찰가격에 대한 입장차' 때문으로 밝혀졌다. GS의 표현을 빌리자면 포스코는 '매우 공격적인', GS는 '합리적으로 공격적인' 가격을 서로 주장했고 결국 '매우와 합리적인' 사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양사의 연합전선은 깨져 버렸다.


이튿날인 14일 파트너를 잃은 포스코는 단독 참여를 선언했고, 결정권은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의 손으로 넘어갔다. 경쟁사인 한화는 포스코의 단독 참여에 대한 부당성을 강조하며 '법적 대응 불사 방침'으로 일관했고, 산업은행은 사흘간의 고심 끝에 16일 저녁에 '포스코 참여 불가'란 검토 결과를 내놓았다.

두달간에 걸친 대우조선 인수전을 둘러싼 한편의 드라마는 일단 이렇게 일단락됐다.

◇대우조선 매각일정

2008년 3월 26일: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매각계획 발표
4월 21일: 매각주간사 골드만삭스 선정
5월 16일: 골드만삭스 자격논란으로 주간사 선정 취소
8월 18일: 두산 포기 선언
8월 22일: 산업은행 매각 공고
8월 27일: 인수의향서 최종마감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제출
10월 9일: 포스코-GS 공동인수 선언
10월 13일: 본입찰 마감
포스코-GS, 한화, 현대중공업 제출
GS 공동인수 포기 선언
10월 14일: 포스코 단독 참여 결정
산업은행 검토 착수
10월 16일: 포스코 탈락
10월 25일 전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11월: 확인실사(약 4주 소요)
12월: 가격조정 후 매각 작업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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