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가시화, 2009년 중산층 가장의 고민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08.10.16 16:03
# 2009년1월24일, 설 연휴가 시작됐지만 반도체 장비회사 부장인 A씨(50)는 귀향을 포기했다. 가족 네 명이 함께 내려가려면 100만원이 족히 든다. 해마다 회사에서 지급하는 설 상여금으로 해결하고도 남았지만 올해는 상여금을 받지 못했다.

작년 반도체 공급 과잉과 선진국 경기 침체로 반도체 경기가 크게 나빠졌고 회사는 적자로 돌아섰다. 그나마 작년에는 중국 수출은 현상유지가 됐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거의 끊겼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연말 성과급도 나오지 않아 대출금을 일부 갚으려 했던 계획도 차질을 빚었다. 3년 전 가을 집을 옮기면서 2억원을 연 6.5%에 대출받았다. 한달에 100여만원 이자로 물었지만 최근 대출을 연장하면서 금리를 9%로 올린 탓에 매달 이자 40만원을 더 내야 한다. 미국에 나가 있는 딸 교육비와 여전히 비싼 기름값 탓에 생활비가 늘어 그동안 대출 원금은 한푼도 갚지 못했다.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가장은 내년 초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예상해 봤다. 경기에 대해 우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어 긍정적인 가정은 쉽지 않다.

미국발 금융 위기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경기를 둔화시켜 우리의 수출 환경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세계 경기하강 국면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하반기 이후 회복세도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시장 환율 기준)을 올해 2.7%보다 크게 하락한 1.8%로 내다봤다. IT버블이 붕괴로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2001년의 1.5%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2003∼2007년간 연평균 10.6% 성장했던 중국도 8%대 초반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기는 곧바로 우리의 수출에 영향을 미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수출 증가율을 8.3%, LG경제연구원은 8.9%로 각각 예측했다. 20%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의 절만 수준이다. 이미 수출은 10월 첫 보름 동안 10%대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수출 부진은 곧바로 기업 실적과 가계 소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부진하겠지만 내수가 둔화되고 유가도 하락해 내년 무역수지는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무역수지가 41억달러 흑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둔화로 통화 당국은 금리 인상을 자제하겠지만 대출 금리가 내려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은 경기 하강이 본격화되면서 정책금리는 내년 3-4회에 걸쳐 1% 포인트 정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신용경색 등의 여파로 회사채 금리(AA-등급, 3년 만기)는 상반기까지 7%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수 침체로 자금수요가 줄어들면서 금리 상승 압력이 완화되겠지만 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금융회사들의 자금 사정이 악화돼 금리 하락이 제한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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