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엄마 조기귀국 문의 '쇄도'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8.10.16 15:09

환율폭등에 '애간장'… 조기유학 수요도 급감

서울 강남지역 한 초등학교의 A교감선생님은 최근 해외로부터 문의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

1년을 예상하고 자녀와 함께 조기유학을 왔는데 중도에 돌아가면 교실에 자리가 있겠느냐는 게 주요 내용이다.

A선생님은 "작년에는 이런 전화가 거의 없었다"며 "환율 때문에 유학비용 부담이 크긴 큰 모양"이라고 말했다.

사정은 고등학교도 마찬가지. 조기유학을 많이 떠나기로 유명한 서울의 B고등학교의 선생님은 "작년에는 빈 자리가 많았는데 올 2학기부터는 자리가 꽉 차 전학생들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빠져나가는 숫자보다 들어오려는 숫자가 많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조기유학 시장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면서 자녀와 함께 조기유학을 떠난 '기러기엄마'들이 조기귀국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고, 조기유학을 준비하던 학부모들의 포기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조기유학 전문업체 관계자는 "교환유학의 경우 매년 30명 정도 보냈는데 올해에는 크게 줄어들었다"며 "전반적인 조기유학생 수가 1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에 있는 C초등학교의 경우 지난해 조기유학생 숫자가 100명이 넘었지만 올해는 40여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남은 2개월 동안 10명 정도가 떠나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C학교 관계자는 "최근 6개월 만에 귀국한 한 학부형의 말씀을 들어보니 환율 문제도 있었지만 교육과정에도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며 "학교에 원어민 교사가 많이 늘어나는 등 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도 일정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기유학 수요가 고점을 찍었다는 공식 통계자료도 나왔다.

16일 교육과학기술부가 한국교육개발원을 통해 집계한 2007학년도 초중고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일부터 올 2월 28일까지 출국한 초중고 학생은 총 2만7668명으로 전년(2만9511명)에 비해 1843명 감소했다.

초중고 유학생수는 1998학년도에는 1562명에 불과했지만 2002학년도(1만132명)에1만명, 2005학년도(2만400명)에는 2만명을 돌파하는 등 해마다 급증했고, 감소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유학생수 감소에 따라 해외이주, 부모 파견동행 등을 포함한 전체 초중고생 출국자수는 모두 4만3415명으로 역시 전년(4만5431명)에 비해 2016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전인 2007학년도에 벌써 조기유학생 수가 감소세로 전환했다면 금융위기가 본격 진행된 2008학년도의 경우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A교감선생님은 "조기유학을 갔거나 가려는 학부모들이 금융위기가 장기화될지 어떨지 여러 가지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것 같다"며 "정확한 자료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작년에 나갔던 학생들이 많이 돌아오고 있고 나가는 학생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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