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박승 "저성장·장기침체 시대 온다"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 2008.10.16 10:25

"100년에 한 번 오는 변화의 계기"

▲16일 민주당 경제원로초청간담회에 참석한 박승 전 한국은행총재, 조순 전 경제부총리,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사진 오른쪽부터). ⓒ조철희 기자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경제원로들이 정치권 후배들 앞에서 '훈수'를 뒀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은 17일 민주당 경제원로 초청간담회에 참석해 현재 경제상황을 진단하고 위기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조 전 부총리는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가 '저성장 사이클'에 들어간 것으로 진단하고 낙관적 관망을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정부가 은행을 반(反)국유화하는 일들이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경제구조는 물론 사회·정치에까지 파장과 영향을 미칠 100년에 한번씩 오는 변화의 계기"라고 말했다.

또 "1920년대 미국의 주가폭락 등 대공황 이후 또다시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시장경제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며 "이번에는 전보다 덜 드라마틱할지 모르지만 파장은 더 길고 어느정도까지 저성장 위주로 갈 것"이고 분석했다.

아울러 "정부와 여야는 총력을 기울여 나라의 힘을 갖춰야 한다"며 "결코 낙관하지 말고 지킬 건 지키면서 기본적으로 정당이 학습하는 정당의 모습으로 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 전 총재 역시 현 상황을 장기적인 문제로 보면서 한국경제의 경우 민생경제 위기의 심화를 지적했다.

그는 "현재 경제문제는 전세계적인 것이고 장기적인 것"이라며 "전세계가 지난 15년 동안 고성장 저물가 특수 고원경기를 누렸지만 앞으로는 저성장 고물가의 장기침체 시대가 온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경제를 내다볼 때 최대 문제는 성장이나 외환위기, 금융위기가 아니고 민생위기"라며 "저성장, 양극화 심화, 국내 투자 기피, 고용없는 성장구조 등으로 인해 국민 생활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전 총재는 "한국은 적어도 2~3년 이상 저성장과 민생고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경기부양도 하고 성장 노력도 해야겠지만 대기업과 부유층 중심의 성장우선정책보다는 민생안정 우선정책으로 정책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총리는 위기극복의 실마리인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위해 규제강화가 불가피하다면서도 특유의 개방경제 철학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국내의 경우 2400억 달러 수준의 외환보유고와 아직 튼튼한 재정의 능력,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인 금리 등을 통해 시의적절한 대응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중국의 소득-저축 불균형을 예로 들며 "국제적으로 자본흐름의 불균형이 계기가 돼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반드시 불균형을 해결하는 쪽으로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전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 전 총리는 "국가재정의 건전성에 관한 규정은 전면 재검토되고 규제강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경쟁과 효율을 촉진하는 규제개혁은 과감히 하면서 개방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축소시키거나 후퇴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우리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에 노력하고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이념이라는 굴레에 부딪혀 정책활용에 제한을 받는다면 이것은 국민경제 전체를 위해 안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에서 정세균 대표, 김진표 최고위원, 송영길 최고위원, 강봉균 의원, 최재성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정 대표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제1야당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듣고자 경제원로들을 모셨다"며 "어떻게든지 현재상황을 관리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출발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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