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학파의 몰락과 케인지언의 부상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10.15 12:39

금융위기 계기로 자유방임 자성론 부상…정부 적절한 개입 필요

자유주의 시장경제이론을 설파해 온 시카고 경제학파가 금융위기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반면 자유주의 이론을 대체할 이론으로 정부 개입과 정부 역할을 강조한 케인지언(케인즈 학파)들이 다시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 금융위기, 시카고 학파에 위기

시카고 학파는 미국의 명문 시카고대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설파해오며 근 30년간 미국 경제를 주도해왔다. 시카고 학파는 시장경제기구에 의한 자원 배분에 신념을 갖고 합리적인 경제 운영을 도모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자유로운 행동을 중시하고 있다. 즉, 시장 자율성과 작은 정부, 규제완화, 세금 인하 등이 시카고 학파가 주장하는 핵심 내용이다.

시카고 학파의 자유주의 철학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미국 경제의 근간이 됐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 시카고 학파가 주장했던 자유방임 때문이었다는 책임론이 일면서 시카고 학파 명성도 금가기 시작했다.
특히 '밀턴 프리드먼 연구소' 설립을 둘러싼 논란은 시카고 학파의 현 위상을 반영해주는 사건이 되고있다.

◇ 크루그먼, 케인지언의 화려한 부활 신호탄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이에 비해 케인즈 학파는 다시 경제학계에서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시카고 학파와 대칭점에 선 네오케인지언(신케인즈학파)의 대표로 꼽힌다.

레이건행정부 초 경제자문을 맡았던 크루그먼은 정부의 강력한 시장 개입을 주장하며 정부 안팎의 시카고 학파와 대립 각을 세웠었다. 결국 규제완화, 감세를 주내용으로 완성된 레이거노믹스는 시카고 학파의 일방적 승리나 다름없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정부가 은행 지분을 직접 인수해야 하며 구제금융으로는 돈과 시간만 허비한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미국 정부는 그의 주장을 따라 결국 은행에 대한 2500억달러의 지분 인수를 실행하기에 이르렀다.

크루그먼 교수는 특히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크루그먼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것은 최근 금융위기와 관련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기 영향으로 신자유주의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반면 케인지언들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케인즈'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금융위기에 시달리는 미국의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작은 정부를 포기하고 시장 규제에 나서고, 7000억달러 구제금융을 실시하고, 은행들을 국유화하는 것은 대공황 당시 뉴딜 정책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시카고 학파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시카고 학파의 대표적인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을 기리는 연구소 설립에서부터 잡음이 나타난 것이다.

◇ 시카고 학파 본산 시카고大 내부 잡음

로이터 통신은 자유주의 경제학의 본산인 시카고대학교 내부에서 조차 시카고 학파가 이번 위기를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비난이 일며 프리드먼 연구소 설립 반대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학 종교학과의 브루스 링컨 교수는 "금융위기의 근본이 된 이론에 대해 대학 측이 대규모 재투자에 나섰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반대파들은 대학측이 연구소 설립을 위해 1인당 최소 100만달러의 기부금을 받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결국 로버트 짐머 시카고대 총장이 직접 나서 오는 22일 링컨 교수를 비롯한 '반대파' 교직원들과 만나 프리드먼 연구소 설립 추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모임은 이례적으로 비공개회의로 정해졌다.

당사자인 시카고대 경제학부는 불쾌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필립 레니 학장은 "프리드먼이 학문을 추구했을 뿐 아니라 정치적 생활을 했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이번 일은 전적으로 학술적 영역에 속한다"며 "경제학부가 미국에 몸을 팔았다는 식의 비난은 모욕적"이라고 항변했다.

레니 학장은 "만약 프리드먼이 살아서 현재의 금융위기를 지켜봤다면 그가 시장에서 스스로 해결하게 내버려 두라고 말하거나 모든 규제는 틀렸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리드먼은 1948년부터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1976년까지 30년 가까이 시카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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