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묻혀 최고를 향해 가는 자신에 긍지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8.10.27 13:02

[머니위크 기획]내 생애 최고의 투자-일/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

편집자주 | 꼭 돈이 아니라도 좋다. 평생의 벗인 아내도 좋고, 자기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는 기부라도 좋다. 또 모진 고생 끝에 정착해 뒤늦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직장이라도 좋다.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자신에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재테크'에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내 생애 최고의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의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마사이족. 아프리카 동부 케냐와 탄자니아에 거주하는 원주민이다. 평소 활동량이 많아 심혈관질환(CVD)에 걸리지 않는다는 보고서로 의학계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부족이다. 최근 한 신발업체가 이 부족의 걸음걸이를 연구해 운동화로 만들어 팔고 있기도 하다.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양복에 어울리지 않게 마사이족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운동화를 보면 하루에도 수십통의 기자들의 전화에 시달려야(?) 하고 매일같이 현장을 뛰어다녀야 하는 박 부사장의 하루 일과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검은색이라 눈에 잘 안 뜨인다”며 겸연쩍게 웃는 박 부사장은 시종일관 분위기를 리드해가며 자신의 인생과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전문가다운 전문가가 꿈

박 부사장은 부동산 전문가다. 전문가가 넘쳐나는 부동산 바닥에서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부동산 철학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철저하게 인구를 중심으로 시장을 판단하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부동산을 바라본다.

박 부사장은 일간지 기자 출신이다. 문화부에서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글을 쓰는 법을 배웠고 경제부에서는 한국은행, 재정경제부, 증권거래소를 출입하며 채권, 금융시장, 환율, 세제 등에 대해 배웠다. 그가 부동산을 거시경제의 반영물이라고 보는 이유도 여러 출입처를 다니며 생긴 안목 덕분이다.

부동산 거래가 주요 '밥벌이'인 정보업체 임원임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시장에 대해 ‘거래는 없을 것’이라고 올 초부터 당당히 외쳤던 그다. 때문에 학계나 언론계에서는 박원갑 부사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업계 자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되는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명함에는 부동산연구소장과 부사장이라는 직함이 모두 적혀 있다. 기자가 “어떤 호칭이 더 맘에 드냐”고 묻자 그는 “부사장”이라고 대답한다. 낮춰 말하는 게 미덕인 한국 사회에서 굳이 ‘회사의 2인자’임을 강조하는 이유가 궁금해 물었더니, 그런게 아니라 ‘소장’이라는 직함은 더 부담스럽단다.

“한 선배가 ‘요즘 아무나 소장이라는 말 가져다 붙이는데 솔직히 영업소장 아냐’라고 말하는데 창피해 혼났어요. 강원대 김갑렬 교수도 박사학위도 없으면서 소장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건 무면허운전이나 다름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박사학위 받기 전까지 소장이라는 직함은 안쓰고 싶어요.”

그는 사실 엄청난 독서광인 동시에 학구열도 높다. 그가 2005년에 쓴 석사학위 논문인 <2ㆍ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언론에서도 상당히 인용됐던 자료다. 올해까지 마무리 하는 박사학위 논문에 최근에는 주말도 없는 ‘나쁜 가장’이다.

아내와 아들이 뿔났겠다고 하자 ‘빵점 남편에 아빠는 사실이지만 나의 최고 투자는 바로 일’이라면서 그의 소견을 펼쳤다.

◆나무이론에서 인생을 깨닫다

온 국민의 관심이 재테크에 쏠려있는 요즘 세태를 감안한 듯, 인생 최고의 투자는 재테크에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일에 미쳤을 때 돌아온다고 힘주어 말한다. 한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이 수익률 올리기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나무의 잎과 뿌리를 재테크와 본업으로 비교하며 일의 중요성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한때는 잎이 나무 전체를 뒤덮을 만큼 풍성해 보이지만 결국 겨울이 오면 낙엽 신세가 됩니다.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단 말입니다. 하지만 자기 분야에서 꾸준히 노력한 사람은 뿌리가 튼튼하기 때문에 외부적 요인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어요.”

그는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곧 원금이며 낮은 수익률에도 안전한 최고의 투자가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과도한 투자는 리스크가 항상 뒤따르기 때문에 탐욕과 공포를 유발시킨다고 했다.

시골의사로 잘 알려진 박경철 씨가 "금리 이상의 수익만 올리면 성공한 투자"라고 했듯이 박 부사장도 "재테크에 힘쓰는 시간에 자기개발에 힘쓰는 것이 더 가치 있는 투자"라고 말한다.

평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약간은 손해보고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믿는 박 부사장. 부동산이 너무 재미있어 이 길로 들어섰다는 그는 그 덕분인지 '기자물' 빼는데도 수월했단다.

“선배들이 기자생활 그만두면 후회할 거라고 했는데 아직까지는 행복해요. 이제 인생의 5부 능선은 넘었고…. 죽기 전에 뭔가 하나 남겨야 하지 않겠어요?” 박 부사장은 부동산 바닥에서 이름 석자 남기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했다.

◆부동산 거래 안하는 부동산 전문가

그는 부동산 전문가로는 드물게 부동산 거래를 하지 않는다. 그가 중시하는 또 하나의 덕목이 ‘도덕성’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의 저서 <10년 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 성공의 법칙>에서 ‘고수는 공정성, 객관성, 도덕성 등 세가지 덕목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부동산의 특성상 미리 선점하고 정보를 흘려 수익을 챙기는 자칭 전문가들은 생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사심이 없고 이해관계에 있어 자유로워야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것이 박 부사장의 생각이다.

지난해 함양에서 농사를 짓던 박 부사장의 아버지가 여든이라는 나이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49재를 지내고 나자 아버지가 남긴 재산이 1억5000만원이나 된다는 것을 알았단다. 6남매 중 장남인 그는 유산을 자신의 이름으로 올리지 않았다. 부동산시장에 있는 이상 부동산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신념 때문이다.

“천성이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인생의 황금기에 내가 뭔가 이루겠다는 신념만 있으면 되지 이것저것 욕심 부리다 보면 반드시 넘어지게 돼 있어요.”

박 부사장에게 최고의 투자는 바로 ‘돈’이 아닌 ‘일’에 대한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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