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게리엇, 엔씨소프트와 '이별여행'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 2008.10.15 08:30

엔씨 "개리엇은 사실상 엔씨소프트와 결별"

게임 개발자 리처드 게리엇(Richard Allen Garriott·사진)이 마침내 소유스 우주선에 몸을 실었다.

지난 13일(한국시간) 주요 외신들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출발한 게리엇의 우주여행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게리엇의 이번 우주행은 3500만달러에 달하는 경비와 아버지 오웬에 이은 부자(父子) 우주여행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또한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와 인연 등으로 자주 노출된 게리엇이었기에 그의 우주여행은 국내에서도 숱한 화제를 뿌렸다.

그러나 그의 우주여행에 씁쓸한 미소를 보내는 곳도 있었다. 지난 2001년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엄청난 스카우트 비용을 감수하며 그를 영입했던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2001년 5월 '울티마' 시리즈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처드 게리엇을 전격 스카우트했다. 전설적인 게임 개발자를 국내 게임 업체에서 인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예상은 빗나갔다. 게리엇이 개발을 주도한 온라인 게임 '타뷸라라사'가 흥행에 참패했기 때문이다. 타뷸라라사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0억1900만원, 올해 상반기 매출 38억7700만원에 그쳤다. 개발기간만 7년이 걸린 게임이었다.

이 때부터 엔씨소프트와 게리엇의 관계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게리엇은 지난 2월부터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이별여행'의 전초전이었던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게리엇은 지난 2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25차례에 걸쳐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매각했다. 최초 3만 주를 시작으로 5000~6만5000주를 순차적으로 팔아 치웠다.


이에 따라 2월 초 39만2300주에 달하던 게리엇의 주식은 현재 하나도 남지 않은 상태다. 처분 금액만으로도 당시 주가(3만9401원~4만9952원)를 감안해 총 178억9860만원에 달한다. 타뷸라라사의 전체 매출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엔씨소프트도 게리엇의 명성만 믿고 기다릴 수 없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8월 게리엇이 주도하고 있던 미국 오스틴 스튜디오 직원 21명을 해고했다. '타뷸라라사' 개발 인력은 아니었지만 본격적인 구조조정 움직임이 시작된 셈이다.

그리고 9월, 마침내 엔씨소프트는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던 북미, 유럽 조직을 통합 운영하기로 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엔씨소프트의 북미 지역 자회사인 NC인터랙티브, NC오스틴, 아레나넷, 그리고 유럽지역 자회사인 NC 유럽은 통합됐다. 초대 책임자는 정동순 NC인터랙티브 대표가 맡게 됐다.

현재 게리엇은 공식적으로 엔씨소프트를 휴직한 상태다. 우주여행을 위해 잠시 휴직했다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그가 엔씨소프트와 결별했다고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 상무도 "오랫동안 엔씨소프트에서 일했던 리처드 게리엇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휴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라며 "현재 게리엇에 대한 월급도 지불되지 않는 상태이기에 사실상 회사를 떠났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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