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조, 진짜 구세주인가?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08.10.14 10:18

금융혼란 진정 vs 실물경제 추락 계속

세계 각국의 금융위기 탈출 공조에 힘입어 13일(현지시간) 세계 증시는 급반등했다. 아시아 증시가 랠리의 서막을 장식하더니 유럽 증시가 10%대 급등으로 화답했다. 이어 뉴욕 증시 다우지수는 930포인트 뛰며 단숨에 9000선을 회복했다.

이날 발표된 구제금융 규모를 살펴보면 영국 470억유로, 독일 5000억유로, 프랑스 3400억유로 등이다.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노르웨이 등 6개국도 501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계획을 알렸다.

앞서 영국이 발표한 4000억파운드(5100억유로) 구제금융안을 합칠 경우, 유럽국들의 구제금융 규모는 총 1조8730억유로(2조5460억달러)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3000조원이 넘는 규모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중앙은행들은 무제한 달러 공급을 약속하기도 했다. FRB는 성명을 통해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과 함께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자금시장 긴장 완화를 위해 달러를 무제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7000억달러 구제금융이 1차 투입될 금융기관 명단을 발표했다. JP모간과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각각 250억달러, 골드만삭스에 100억달러가 우선 투입된다. 웰스파고와 메릴린치, 뱅크오브뉴욕, 스테이트스트리트 등도 정부의 지분 매입이 임박했다.

◇ "혼란의 끝"

UBS의 글로벌 은행 투자 전략가 필립 핀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를 통해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결정적 순간'(defining monent)이 왔다고 지적했다.

핀치는 미국과 유럽의 은행 국유화 움직임을 "(혼란의) 끝의 시작"으로 평가했다. 핀치는 경기 악화에도 불구, 공적 자금 투입이 금융시스템의 지불 불안을 완화시켜 여타 산업 분야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주 영국 정부가 발표한 4000억파운드 구제금융계획을 예로 금융권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제금융계획 발표 이후 영국 은행들의 신용디폴트스왑(CDS)은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핀치는 이와 관련, "은행간 스프레드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정부의 지원으로 국가간 은행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실물경제 추락은 피할 수 없다"

CNBC 주식 프로그램 '매드 머니'의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는 이날의 랠리를 신뢰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크레이머는 11%라는 다우지수의 사상 두번째 상승률을 단순한 투자자들의 심리적 반작용으로 일축했다.

그는 최악의 성적을 남겼던 지난주 과매도에 대한 반발 매수와 유럽국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구제금융 계획이 일시적인 매수세를 이끈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주 급락장을 이끌었던 경기 침체 우려와 은행 도산, 시장 불안 중 어느 하나도 제거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특히 국제 공조로도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제금융이 금융권을 살릴 순 있지만 주택 가격 하락이나 기업 실적 악화 등 실물경제의 추락을 되돌릴 순 없다고 지적했다.

짐 로버트슨 타이거자산운용 회장도 침체 진입을 경고했다. 로버트슨 회장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고 있다며 10~15년 동안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이번 경기 침체가 여느 때보다 '길고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990년대 일본이 침체에 접어들었을 당시 최소한 일본인들의 은행 자산은 안전했지만 현재 미국인 대다수의 은행 자산이 망가진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간의 주택 가격 하락을 감안할 경우, 미국인 80~85%의 은행 자산이 붕괴된 상태라며 이에 따른 미국인들의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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