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비관론과 '추세반전'의 꿈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10.13 17:10

무한대 유동성 공급과 정부보증, 환율과 유가 하락은 호재

코스피지수가 1290대로 상승했다. 여전한 비관론과 불안감 속에서 장중 1250대로 밀리며 상승폭을 1% 이하로 내줬고 끝내 5일 이평선(1295)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마감을 앞두고 강한 뒷심을 발휘했다.

지난주말 하락 사이드카가 발동된 뒤 다음날 바로 상승 사이드카가 발동됐다는 것은 시장이 얼마나 빨리 방향을 전환하고 싶어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상을 불허하는 미국과 유럽의 대응책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강한 뒷심은 어저면 당연한 현상이다.

미국과 유럽은 무제한의 유동성 공급과 은행간 거래 보장 조치를 내놨다. 아무리 돈을 풀고 해결의지를 피력해도 리보금리 고공행진이 제어되지 않자 은행채 보증과 은행 우선주 매입에 이어 은행간 거래에 대해서까지 보장을 하고 무제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키로 했다.

호주증시는 97년10월 이후 최대폭(5.6%) 상승했고 4% 넘게 떨어지며 500선을 위협하던 중국 선전지수는 1.86% 상승마감했다. 홍콩H지수 상승폭은 10% 넘게 확대됐다.

대만증시가 지난주말 휴장 영향을 받아 -2.15% 하락했지만 이번주 증시 하락폭을 3.5%로 절반 줄이고 공매도 제한도 연말까지 연장키로 발표했다.

시장자율이나 예전의 미국식 자본주의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증시를 살리고 세계경기가 공황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글로벌 공조체제가 확고해진 상태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의 시각은 여전히 냉담하다. 글로벌 공조에도 불구하고 실물경기 둔화 또는 침체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증시가 떠봤자 낙폭 과다에 대한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지난 5월 고점인 1901에서 지난주말 저점인 1178까지 하락하는 과정속에 2개의 지지선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첫 급락세가 만들어낸 7월16일 저점(1488.75)이며 다른 하나는 9월19일 저점(1366.88)이다.

비관론자 뿐만 아니라 애널리스트 상당수는 지수가 떠봐야 1350∼1400대라는 입장이다. 이는 추세는 여전한 하락이며 주가 상승은 베어마켓 랠리라는 불변의 입장 고수다.

하지만 베어마켓 랠리라는 것은 랠리가 끝나면 전저점이 다시 붕괴됨을 전제로 하는 얘기다. 이는 지난주말 저점을 바닥으로 볼 수 없다는 뜻이며 지수 1000선 붕괴 가능성마저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각국 정부가 이토록 노력을 해도 금융경색이 풀리지 않고 주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다면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전이되면서 궁극적으로 경기침체, 더 나아가 공황이 온다는 극단적 비관론을 견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미 추세가 돌아섰을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또 한번의 경직된 사고다.
실물이 무너졌기 때문에 증시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하지만 주가 급등으로 실물이 치유될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1997년 이후 글로벌 주가 및 경기가 실물이 아닌 글로벌 유동성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제한으로 급증하고 있는 돈의 힘은 또 한번의 버블을 잉태할 수 있는 일이다.

1485원까지 폭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제 1200원선 지지조차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147달러까지 급등했던 국제유가(WTI)는 200달러의 외침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7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꿈을 잃은 자들은 불안에 떨면서 공황을 얘기하고 있다. 마치 사상최고치의 코스피지수(2085)를 다시는 보지 못할 것으로 단정하면서 공포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탐욕이나 공포나 마찬가지의 극한이다. 지난 주말 기록한 저점(1178)을 다시 보기 어렵다는 시각에서는 2085가 먼 레벨이 아니다.

이날의 상승을 베어마켓 랠리로 보는 자는 계속해서 밑을 탐색하겠지만 상승추세의 시작으로 보는 자는 '반등'이 아닌 '상승'이라는 단어를 쓴다. 단순히 입에서 내뱉는 단어 하나에 세상 판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베어마켓 랠리라고? 아니야, 추세반전이야!"라는 얘기가 맞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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