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 환영은 하지만...= 일단 산업계는 금산 분리 완화 조치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금융과 산업 간 칸막이가 허물어짐에 따라 경쟁력 강화와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두 부문 간의 공조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산업계가 당장 은행업 진출 등 금융사업 확대에 나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은행 지분 소유 한도가 10%로 확대됐지만 삼성은 이미 '은행업 진출은 안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바 있고 SK, 롯데 등도 금융사업 확대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변화에도 이번 조치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실제로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삼성그룹의 경우 이번 조치로 특별히 받을 혜택(?)이 없다.
보험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게 됐지만 '보험지주회사-삼성생명-삼성전자(지주회사의 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여전히 '불가'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은 과거와 다를 바 없다. 삼성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지 못한 이유였던 '막대한 자금부담'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가령 삼성보험지주회사가 설립되더라도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거느리기 위해서는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규정상 13일 기준으로 15조원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증권지주회사는 손자회사로도 제조회사를 보유할 수 있게 했지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주목받아 왔던 한화그룹도 당장은 계획이 없다는 반응이다. 한화는 "지주회사 전환은 장기적인 검토사항이기는 하지만 아직 검토된 바 없고,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 허용이 오히려 관심= 대기업들은 오히려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가질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이 개정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SK의 입장에서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가질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는 게 현재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지주사로 전환한 SK는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1차로 내년 6월까지 SK증권 지분을 매각해야 하지만 일반지주사의 금융자회사 보유가 허용되면 SK증권을 손자회사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도 마찬가지다. 한화그룹은 대한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가 아니라 (주)한화를 지주사로 한 일반지주사 전환도 가능하지만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 등이 보유한 대한생명의 지분(총 67%)을 처리해야 한다.
이와 관련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형평성 차원에서 일반 지주회사 밑에 금융 자회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