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로 행장 '국화 옆에서' 읊은 이유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8.10.13 09:50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보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이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읊었다. 13일 특별 사내 방송에서다.

윤 행장은 금융권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간밤의 무서리'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국화의 꽃말처럼 '역경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쾌활함'을 당부했다.

그는 "나비 효과처럼 미국의 어려움이 우리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파생상품들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채 금융 각 부분에 들어오면서 신뢰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이같은 위기가 기업은행에겐 또다른 기회"라고 강조했다.

윤 행장은 "건전성 관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중소기업 특화 은행인 만큼 "중소기업 대출 리스크 관리를 다른 은행에 비해 4배로 노력해야 한다"면서 "건전성 측면에서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여신이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윤 행장은 "여신관리와 건전성 관리가 서로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성장 유망 기업을 적극 반영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시적인 유동성을 겪고 있는 기업에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영업기반을 넓혀가야 한다"고도 했다. 기업은행이 키코 거래를 거의 하지 않아 칭찬을 받고 있다면서 중기 지원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질 것도 당부했다.

그는 특히 수신 기반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행장은 "안전자산 선호와 신상품 개발 노력으로 9월 예금이 많이 늘었다"면서 "투자은행(IB)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에 위기가 온 만큼, 앞으로도 자금 조달에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같은 불확실성의 시기를 서정주의 '국화옆에서'처럼 웃으면서 이겨낸다면 1등 은행도 먼 이야기는 아니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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