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보다 현대건설이 먼저 저울에?

더벨 전병남 기자 | 2008.10.13 13:30

외환銀 "현대건설이 더 매력적"…채권단에 선매각 의사 타진

이 기사는 10월12일(10:2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 다음 매물은 하이닉스일까 현대건설일까.

지난 달 29일 하이닉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발송한 서면부의에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채권단이 동의하면서 대우조선해양 이후 매물에 대한 논의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당시 외환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자가 선정되는 즉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주관사를 선정해 본격적으로 M&A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시장과 언론은 외환은행의 발언을 "하이닉스를 현대건설보다 먼저 팔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주요 채권단들의 반응은 달랐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주관은행의 의사를 무시할 수 없어 원론적인 내용에 동의만 해 줬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이닉스를 팔겠다'는 정도만 확인해 준 것일 뿐, 구체적인 절차에 착수한 것은 전혀 아니라는 얘기다. 다른 채권단 실무자는 "시장에 잘못된 사인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동안 서면부의에 반대해 왔던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시장에는 하이닉스를 인수하겠다고 하는 뚜렷한 원매자가 없다. 대규모 장치산업인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시장전망도 밝지 않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 "현대가(家)를 중심으로 인수후보군 윤곽이 드러난 현대건설을 먼저 파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업계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이고 있다. 매각 진행 속도만 보면 현대건설이 하이닉스보다 빠르다. 하이닉스는 원론적인 수준의 동의만 마쳤지만, 현대건설은 매각 개시 직전 수준까지 논의가 진행된 상태다. 실제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강행하기 전까지는 현대건설이 매물로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여기에 건설과 반도체 경기 모두 불황인 상황이라면 "현대의 정통성을 찾겠다"며 현대그룹 등이 인수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현대건설을 매각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외환은행 관계자는 채권단에게 "(둘 다 팔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현대건설이 낫지 않겠는가"라는 의사를 타진했다. 지난 9월 말부터는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소집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하이닉스 지분은 외환은행이 8.22%, 우리은행이 8.03%, 산업은행 6.22%, 신한은행 6.09%를 가지고 있다. 이 외에 정리금융공사와 농협 등이 7.47%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지분 57%는 외환은행(12.4%)과 산업은행(14.7%), 우리은행(14.4%)이 나눠 갖고 있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농협 등이 나머지 15.5%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하이닉스와 현대건설 지분을 보유한 채권단이 상당부분 중복되기 때문에 어떤 매물이 먼저 나와도 은행 간 이해득실 차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주요 채권은행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먼저라는 우선순위가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상황이 나아진다면) 상황에 따라 현대건설을 먼저 파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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