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신참 증권맨의 자살과 증시유감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 2008.10.12 13:36
최근 여의도 증권가는 혹독한 추위 속의 보릿고개를 연상케 합니다. 따스한 햇빛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청명한 가을인데도 말이죠.

증권가를 오가는 사람들의 어깨는 잔뜩 웅크리고 있고, 얼굴엔 웃음 끼도 사라졌습니다. 최근 들어 파란색 일색인 증시전광판이 증권가 사람들에겐 무거운 짐이 되고 있기 때문이죠.

"베테랑(경력 직원)도 견디기 힘든 엄동설한이 찾아왔어요. 입사한지 얼마 안된 신참 직원들이 걱정입니다." 지난 10일 주식시장이 개장하자마자 100포인트 넘게 폭락했을 때, 한 증권사 사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쟁터나 춘궁기에 가장 힘든 사람이 아이들인 것처럼 증시 춘궁기에 신참 직원들이 다칠까 걱정이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얼마 안지나 모증권사 직원(대리)의 자살 소문이 퍼졌습니다. 잠시 후 소문이 사실로 굳어지면서 증권가에선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정확한 자살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객과의 금전문제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증권사에 입사한지 1-2년차인 신참들에겐 최근의 증시상황이 견디기 힘든 고통일 것입니다. 증시 최고점에 들어온 이들을 기다린 것은 증시 폭락이란 ‘낭떠러지’였기 때문이죠.


"요새는 아침 출근하자마자 듣는 것이 욕이예요. 고객 전화죠. 그냥 듣고만 있어요. 증시가 이러니 뭐라고 드릴 말씀이 있어야죠. 계속 이렇게 직장 생활을 해야 하나란 생각을 수도 없이 합니다."

지난해 초 입사한 한 증권사 신참 직원은 "때려치고 싶다"며 이렇게 신세를 한탄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믿고 투자한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고객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그나마 참고 견디고 있다고 했습니다.

증권사 신참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증시폭락이나 고객항의 뿐만이 아닙니다. 증권사 한 지점장은 "일부 고객들은 신참 직원들의 순수한 책임감과 진심을 이용해 자신의 손해를 만회하려 한다"며 말했습니다.

"네가 추천한 종목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으니 보상을 하라"고 고객이 다그치면 여린 신참 직원들은 견디다 못해 자신의 돈을 찾아 주기 십상이죠. 그러면 그 고객은 이를 빌미로 바로 소송을 겁니다. "증권사 직원이 자기 마음대로 투자해 손해를 보고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합의를 보자고 했다"는 식이죠."

투자로 돈을 잃은 고객이 손실을 만회하려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또 극히 일부 증권사 직원들은 무리한 투자권유로 고객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임감 때문에 같이 고민하고, 같이 마음 아파하는 증권사 직원들이 대부분이란 것을 한번 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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