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잇단 항복선언…바닥징후?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10.10 17:10

미 은행부채 지급보증 등 글로벌 안정책

개장초 또 한번의 패닉을 맛봤다.
이젠 월요일, 금요일 가릴 것 없이 'Everyday is Black day'가 일상화됐다.

개장초 코스피지수는 1200선마저 지키지 못했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11%나 폭락했다. 전날 뉴욕증시는 7% 급락하면서 7일 연속 급전직하했다. 아무데도 기댈 곳이 없는 상황이었다. 이젠 비명을 지를 여력조차 사라졌다.

하지만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는 섭리마저 시장을 외면하진 않았다.
코스피지수는 1178.51에서 1241.47로 낙폭을 만회했다. -8.99%에서 -4.13%로 개장초 33분만에 지옥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전업종이 하락했고 하락종목(755개)이 상승종목(104개)의 7배에 이를 정도로 이날 장은 비참했다. 하지만 주력업종 또한 상처를 치유하는 신속한 회복력을 발휘했다.

증권업종은 -8.68%에서 -3.51%로, 건설업종은 -9.00%에서 -3.95%로 낙폭을 만회했다. 전기전자업종도 -7.11%까지 추락하며 연저점을 경신한 뒤 -3.29%로 회생했다.

개장초 시총상위 200위 종목이 전멸했으나 장후반 상승세로 돌아선 종목이 나오기 시작했다.
SK에너지는 -11.95에서 +5.66%로 17%가 넘는 급반전을 보인 뒤 2.45%나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 동양제철화학은 -12.03%에서 +1.08%로 치솟았다.
한화는 -8.38%에서 +12.35%까지 오르며 초반 낙폭을 뛰어넘은 상승의 힘을 과시했다. 대한항공은 -10.97%에서 +6.39%로 대반전을 이루며 5일 및 10일 이평선을 단번에 회복했다.

모두가 포기한 순간에 이처럼 괄목할만한 상승반전의 기염을 토하는 종목이 나왔다는 것은 희망을 포기하기엔 이르다는 신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의 배가 넘는 장중 폭락세를 나타냈다.
장초반 1460.0원에서 후장 1225.0원까지 낙폭이 무려 235.0원에 달했다.

이날 종가(1309.0원)도 전날대비 -70.5원 추락한 수치다. 지난 8일 연중 최대폭(66.9원) 폭등세를 능가하는 폭락세였다.
공포를 에너지 삼아 연일 폭등폭을 확대하던 환율이 전날 한계에 부딪히면서 5일만에 하락세로 돌아서자 폭등 국면보다 더 무서운 환율 폭락세가 전개되는 것은 외환시장에서 익히 보아왔던 현상이다.

증권협회 등 증권유관기관은 증시 안정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4000억원 규모의 유동자산을 증시에 투입할 수 있도록 증권유관기관 공동펀드 조성을 추진키로 했다.
말이 아니라 실제 돈을 투입하는 행동은 금액의 다수를 떠나 적극적인 변화다.

미국 정부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은행 부채에 대해 지급을 보증하고 모든 은행예금에 대해 한시적으로 지급을 보증하는 추가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보금리 고공행진으로 표출되는 신용경색 상황을 단번에 해결하기 위한 초강수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FRB(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2조달러 이상을 퍼부은 데다 여타 국가들의 자금방출까지 감안할 경우 현재 글로벌 유동성이 부족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거래 상대방 파산 우려 등 신뢰상실을 이유로 돈의 유통이 막힌 문제를 풀기위한 정공법이다.

공포의 측정치로 인식되는 S&P500 변동성지수(VIX)가 드디어 역사적 변동성을 상회한 점은 의미가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10월 9일 미국 증시에서 VIX가 63.92를 기록했지만 역사적 변동성이 61.85를 기록하며 드디어 내재변동성(Implied Volatility)과 역사적 변동성(Historical Volatility)의 역전이 나타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VIX는 미래의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측정하는 반면 역사적 변동성은 최근까지 반영돼 있는 변동성에 대한 기대치를 측정하는데, 내재변동성보다 역사적 변동성이 높게 형성된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정도가 현재까지의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주식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역사적 변동성보다 내재변동성인 VIX의 수준이 더 커져야 시장 참여자들의 두려움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데 전날 미증시 패닉으로 VIX가 경험적인 최고치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S&P500의 역사적 변동성을 넘어서면서 시장이 진정한 공포상태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던 시장참여자들이 마침내 항복선언에 나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바닥징후의 중요한 징후가 생겼고 미증시는 조만간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기대했다.

글로벌 주가가 이날 같은 수준까지 내려오는 것은 시스템이 깨지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균열이 크고 곳곳에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입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고 몰락으로 치닫는 정도가 아니라면 패닉에 빠질 이유는 없다.

주식이 안전한 것은 손실이 확정된 투자이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같은 파생상품에 투자해서 100년 역사의 투자은행이 파산했고 미국식 자본주의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지만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마이너스로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

설사 시스템 붕괴로 공황이 온다고 해도 인류 역사는 이를 극복해왔다. 세계대전을 두번이나 경험하고도 살아남은 게 인간이다.

물론 현재와 같은 패닉에서 생사를 강요당할 수 있다. 죽는 자, 사는 자 잃는 자, 얻는 자가 철저하게 가려질 것이다. 그만큼 현재 국면은 세상이 뒤바뀌는 격변의 시기다.

그러나 영웅은 난세에서 나온다고 했다. 시장이 확연할 때는 너도 나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재처럼 지옥과 천당이 하루가 달리 펼쳐지는 시점에서만이 옥석이 가려진다.
이러한 때 살아남은 인재들이 또 다시 인류 역사를 만들어가고 보다 낫고 강한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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