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모두가 나라가 잘되기를 바라며 걱정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깊은 관심에 여론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으나, 결국 법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서울고법 형사 417호 법정. 10일 오후 2시 삼성사건 선고공판 시간을 10분 가량 넘겨 재판정에 나온 서기석 재판장(부장판사)은 이건희 전 삼성회장 등에 대한 선고 주문에 앞서 이번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서 부장판사는 한쪽의 비난여론과 다른 한쪽의 '사회적 기여를 감안해달라'는 여론의 갈림길에서 결국 '법의 길'을 택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조세포탈 부분의 경우 이 전 회장에 대해서는 1심 판결 유지를,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과 김인주 삼성전자 상담역에 대해서는 1심판결에서의 벌금을 사회봉사명령으로 대신했다. 서 재판장은 법리를 따라 내린 주문을 약 40분간 읽은 후 선고공판을 끝냈다.
재계는 판결이 법정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은 데 안도하면서도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세계적인 위기상황에 경제계가 더 이상 경영외적인 문제로 발목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현 경제 상황은 지난 IMF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며 "우리나라 여건은 그나마 괜찮은데 미국과 유럽 등이 위기로 몰리면서 이를 돌파하기 위해 경제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 삼성이 주춤거리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특검이 할 만큼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의 의지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기업들이 경제 회생을 위해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여기서 끝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측도 이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2심 집행유예판결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재판부에서 법리적 문제 등을 충분히 검토해 내린 결과로 본다"는 내용의 논평을 내고 기업이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가경제가 매우 안 좋고 기업의욕도 많이 약화된 만큼 삼성문제가 더 이상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하는 일이 없이 잘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고공판이 끝난 후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이번 판결이 잘됐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되고 안되고 라고 말할 게 있으냐"며 "앞으로가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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