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끌어들여 단돈 몇억 없어 공사 중단?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 2008.10.14 13:33

[머니위크]21세기컨설팅 '이상한 자금운용'


강원도 정선을 찾았다. 정선군 신동읍 조동리의 새골위락시설지구 건설현장을 답사했다. 21세기컨설팅(대표 양화석)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전국 10개 부동산개발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현장이라며 자부하는 곳이다.

21세기컨설팅은 새골위락시설지구 공사가 80% 정도의 공정률을 마친 상태라고 했다. 실제로 토목공사는 상당히 진척됐음을 알 수 있었다. 산등성이는 여기저기 깎여나갔으며 바닥에는 과거 정지작업을 했을 듯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공사현장에는 여기저기 골재들만 쌓여 있을 뿐 건설장비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황량하게 방치돼 있을 뿐이었다. 현장이 전혀 정리가 안돼 있는 것으로 볼 때 공사가 상당 기간 중단된 것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현장사무실을 찾았다. 입구에 서 있는 무재해상황판에는 지난해 12월17일에서 날짜가 멈춰 있었다. 지난해 말께 공사가 중단됐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현장사무실 역시 거의 비어 있었다. 시공사측에서도 모두 철수한 상황이라는 것이 주변 주민들의 증언이었다. 사무실 안에는 약간의 책상과 의자, 컴퓨터 한두대만 있었고 거의 텅 빈 상태였다.

인근엔 소문만 무성했다. '21세기컨설팅이 공사대금을 못줬다'느니, '21세기컨설팅과 시공사인 동인건설 사이에 소송이 진행 중'이라느니 하는 것들이었다.

◆공사대금 못줘 공사 중단

21세기컨설팅은 새골위락시설지구 개발을 위해 ㈜함백종합레저타운(대표 양화석)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 개발 공사는 동인건설에서 맡았다. 당초 삼성에버랜드 환경개발사업부에 도급하려다 공사비 등을 이유로 당시 하청업체였던 동인건설이 시공을 하게 됐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전언이다. 어떤 이는 삼성에버랜드가 초기 일부 공사를 했다고도 전했다.

지난 2006년부터는 동인건설이 전적으로 시공을 책임져 왔다. 함백종합레저타운과 동인건설이 맺은 도급계약액은 총 55억2100만원 수준이다.

지난 2006년 동인건설은 공사대금으로 22억8210만원을 청구했다. 21세기컨설팅은 19억9749만원만 지급했다. 지난해 동인건설은 17억6460만원을 청구했으나 13억3608만원만 받을 수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동인건설이 청구한 공사대금은 총 40억4670만원이었으며 21세기컨설팅은 33억3358만원을 결제했다.

동인건설 관계자는 "건설 진척에 따른 기성액을 21세기컨설팅이 맞춰주지 못했다"며 "공사대금 결제가 지연돼 공사를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21세기컨설팅이 공사대금을 제때 맞춰주지 못한 것이 문제가 돼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도 못주고 있다.

21세기컨설팅은 지난해 7월 필지추첨을 통해 새골위락시설지구 땅 일부에 대해 일부 투자자들에게 환지(분양)를 했다. 나머지 투자자들에게는 현금청산신청을 받았다.

현금청산을 신청한 투자자들에게는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지만 1년이 넘은 10월 현재까지도 차일피일 투자금 지급을 미뤄오고 있는 형편이다.

◆투자금 수백억 다른 사업에 전용

21세기컨설팅이 강원도 정선 새골위락시설지구 개발을 한다며 함백종합레저타운으로 끌어들인 개인들의 투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70억8911만원이다.

정선군청으로부터 이 곳 공사부지를 매입하면서 들어간 취득원가는 30억여원 수준이다. 공사비도 동일건설에 33억원을 지급한 것을 포함해 100억원이 넘는 수준으로 투입했다 하더라도 공사비가 없어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함백종합레저타운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일반 개인들로부터 끌어 모은 670억원 가운데 수백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자금이 다른 사업으로 돌려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함백종합레저타운이 단기대여금 명목으로 다른 곳에 지원한 자금은 무려 226억9500만원이나 됐다.


이 가운데 단양, 횡성 등 21세기컨설팅의 다른 사업지로 흘러간 돈만 196억원에 달했다. 이자율 0%로 무상 지원된 자금이다.

함백종합레저타운에서 21세기컨설팅으로 들어간 자금은 80억원선이었으며 21세기티앤디로 간 자금은 94억원이 넘었다. 에프티피에셋으로 지원한 자금은 21억원이었다.

이들 회사는 양화석 대표가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 있는 특수관계사들이다. 21세기티앤디는 평창 울진 횡성 등지에서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함백종합레저타운은 지난해 170억8428만원이나 대손상각처리했다. 다른 사업에 흘러들어간 자금 중 상당 규모를 새골위락시설지구 사업으로 회수할 수 없는 것으로 처리한 셈이다.

2006년에는 훨씬 더 광범위하게 다른 사업으로 자금을 돌렸다. 심지어 영화사업에까지 지원했다.

2006년 말 기준으로 단기대여금 잔액은 총 130억여원이다. 특수관계사에 지원한 자금은 104억원 수준이었다. 21세기컨설팅, 21세기티앤디, 강릉온천, 21세기프로젝트 등 총 10군데의 다른 사업으로 자금이 움직였다.

이 가운데 양화석 대표가 설립에 참여한 '지21엠'이라는 영화사에도 9300만원을 지원했다. 가장 큰 규모는 21세기컨설팅에 지원한 55억9711만원이었다.

2006년 역시 52억2273만원 정도를 대손상각했다.

◆곳곳에 암초 남아 있어

현재 동인건설은 새골위락시설지구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소송까지 예상되고 있어 동인건설이 공사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컨설팅측은 나머지 공사를 마무리할 다른 건설업체를 물색 중이다. 정선군에 소재한 지역건설업체인 장춘건설이 공사를 넘겨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인건설과의 분쟁이 일단락돼야 공사를 재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해 안에는 공사를 재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선군에서 실시계획을 변경하는 것도 변수가 됐다. 정선군에서는 최근 새골위락시설지구의 실시계획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실시계획이 바뀌면 도로나 건축물 설계 대부분이 수정돼야 한다.

정선군청 관계자는 "기존 새골위락시설지구 부지 가운데 9만㎡ 정도의 땅을 21세기컨설팅(함백종합레저타운)측에서 수용하지 못한 관계로 체육진흥공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골프장부지로 활용키로 했다"며 "실시계획이 변경되면 기존의 시설배치계획이 모두 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땅은 과거 실시계획을 승인하면서 함백종합레저타운에 수용권 및 확보권을 모두 줬던 것"이라며 "그러나 21세기컨설팅에서 확보를 못해오던 것이어서 결국 실시계획을 변경해 체육진흥공단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21세기컨설팅이 진행하는 새골위락시설지구의 토목공사는 80% 정도가 끝난 것이라고 하지만 부지조성이 끝나면 건축물을 세워야 하는 문제 역시 남아 있다.
21세기컨설팅이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휴양시설 등 각종 시설물의 건축 역시 21세기컨설팅의 몫이기 때문이다.

정선군 관계자는 "규모가 큰 관광호텔이나 콘도 등 관광위락시설이나 지원시설, 운동시설 등은 21세기컨설팅에서 건축해야 한다"며 "다만 여관이나 모텔, 상가 등 편의시설은 해당 부지를 분양받은 투자자들이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목공사뿐 아니라 각종 대규모 시설도 건축을 해야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위락시설지구의 면모를 갖게 된다.

그러나 지금의 자금 형편에서 21세기컨설팅이 과연 어느 정도의 관광지 조성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베스트 클릭

  1. 1 '낙태 논란' 허웅, 방송계 이어 광고계도 지우기…동생 허훈만 남았다
  2. 2 "네가 낙태시켰잖아" 전 여친에 허웅 "무슨 소리야"…녹취록 논란
  3. 3 아편전쟁에 빼앗긴 섬, 155년만에 중국 품으로[뉴스속오늘]
  4. 4 "입맛 뚝 떨어져"…즉석밥 뒤덮은 '곰팡이'
  5. 5 "손흥민 신화에 가려진 폭력"…시민단체, 손웅정 감독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