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쑥 교통비는 쏙… 일석이조"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8.10.20 04:08

[머니위크 기획]자전거시대 '출퇴근 손익계산서'

직장인 신선화(29·가명) 씨는 2년째 신대방삼거리에서 회사인 서초역까지 약 10km 구간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출족이다. 걸리는 시간은 편도 1시간10분 정도.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하면 40분 이내에 출근이 가능하지만 콩나물시루 같은 대중교통이나 돈 먹는 귀신인 자가용 이용은 가급적 피하기로 했다.

때에 따라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자전거로 출퇴근할 때가 가장 편하다는 신씨. 자전거를 통한 출퇴근이 단순히 편하기만 한 걸까. 부가적인 효과는 없을까 살펴봤다.

신씨는 작년 초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옵션 포함 12만6000원에 생활자전거를 구입했다. 아직까지 특별한 고장이 없고 이용하는데 불편한 점도 없어 만족하고 있다. 만약 신씨가 사고 없이 자전거를 잘 관리한다면 10년은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난이나 분실 등의 위험성을 감안해 신씨가 구입한 자전거의 수명을 1년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신씨의 자전거 가격은 월 1만원을 약간 넘는 정도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신씨는 버스와 지하철을 환승해 출퇴근 해야 한다. 퇴근 후에는 영어과외를 하거나 도서관을 간다. 하루 4000원, 월 10만원 가량의 교통비가 든다. 자전거를 이용할 때보다 10배나 많은 금액이다.

만약 신씨가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비용부담은 최고에 달한다. 준중형 승용차를 1년 할부로 구입했다고 가정하면 7.75%의 대출금리를 적용, 원금 포함 매월 150만원 이상을 납부해야 한다. 할부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면 월 36만원이다.

월 유류비 20만원, 보험료, 자동차세, 정비, 기타 잡비 등에 월 25만원 가량 든다. 자동차 1년 할부 구입비와 합하면 월 195만원, 5년 할부 구입 시 월 81만원이 드는 셈이다.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 할 때와는 엄청난 비용의 차이를 보인다.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보다 왕복 1시간이 더 소요되는 점은 손실이다. 출퇴근에서 낭비되는 시간과 자가용을 통해 누리는 품위나 혜택은 새지 않는 가계부를 보면서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다.

◆사내 샤워장 등 편의시설이 관건

신씨가 자출족이 되기로 결심한 데에는 회사의 환경도 한몫했다. 직원용 사우나, 개인 사물함, 유니폼 착용 등 자출족에게 유리한 근무환경 덕분이었다. 자전거로 출근한 뒤 배어나온 땀은 회사 내 직원용 사우나에서 해결한다. 운동복 차림으로 출근해도 사내 유니폼이 있으니 걱정이 없다.

대부분의 회사에는 이러한 시설이 없다. 그러다보니 ‘땀 안흘리고 자전거 타기’에 신경이 곤두선다.

때에 따라서 회사 인근의 헬스클럽에 가입해 ‘샤워실’처럼 쓰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매일같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느라 정작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에 소홀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비용절감 차원에서 시작한 자전거 출퇴근이 오히려 애꿎은 스포츠센터 비용만 축내는 꼴이다.


청계천을 출퇴근 코스로 이용한다는 한 자출족은 “출근 후 몸을 씻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십여만원을 주고 헬스클럽을 선택하는 자출족이 많은데 이는 금전적 손해”라면서 “자전거 출퇴근이 가능하려면 사내 샤워시설이 있으면 더욱 유리하다”고 말했다. 사내 복지시설이 잘 갖춰진 중견기업 이상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신씨는 근무여건이 잘 갖춰진 회사에 다니는 덕분에 월 12만원의 헬스클럽 비용도 절감하게 됐다.

◆돈 들여 헬스클럽 가는 것보다 이득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이유 중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건강이다. 억지로 올라서는 러닝머신의 뜀박질보다 출퇴근 하면서 밟는 페달이 훨씬 즐겁다. 자연스런 운동효과는 자전거 출퇴근의 매력이다.

자전거 타기는 각종 질병의 예방효과를 가져다준다. 기본적으로 심폐기능이 향상되고 하체의 근력이 발달된다. 특히 하체 관절에 이상이 있는 환자나 여성 및 노약자에게 유리하다.

박선경 튼튼마디한의원 원장은 “관절을 이루는 주요 물질인 교질을 보충해 주기 위해 음식섭취가 중요하다”면서 “자전거 타기 등의 운동을 꾸준히 하면 관절염 증상 악화를 예방하고 건강한 관절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비만에 있어서도 효과가 탁월하다. 비만환자가 걷기나 뛰기보다 자전거가 유리한 이유는 과체중으로 인한 하체관절 손상위험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사내 자전거 출근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국일 신한은행 인력개발부 과장은 “중랑구 신내동에서 남대문까지 자전거로 출퇴근 한다”면서 “자전거 출퇴근으로 10kg 감량에 성공했다”고 다이어트 소감을 밝혔다.

최근에는 허리가 휘는 척추측만증이나 불면증에 대한 예방으로 자전거 타기를 권유하기도 한다. 현용인 인천21세기병원장은 “초등학생 10명 중 1명이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다는 조사가 있다”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전거 타기나 스트레칭 등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 해 지고 20~30분간 자전거 타기나 산책 같은 운동을 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자전거 이용자의 최고 소득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다. 숫자가 가득한 가계부에도 나와 있지 않는 자출족의 든든한 수입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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