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지연·중도금 문제로 골치 아파요"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 2008.10.09 20:17

입주예정자, 입주시기 지연에 부실시공도 우려..중도금 지급유예 요구

지난해 5월 경기 남양주시 B아파트를 분양받은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분양받은 아파트 공사가 지지부진해서다. 이 아파트의 공정률은 9월말 현재 32%. 분양 및 입주시기를 아무리 따져봐도 다른 단지보다 공정률이 낮다.

이 아파트의 시공사가 진접·고읍·의정부 등에 짓는 아파트는 A씨의 아파트보다 3∼6개월 늦게 공사를 시작했는데도 40% 안팎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입주가 1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문제 없이 지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중도금 문제도 골치가 아프다. 공정률이 50%에 훨씬 못 미치는데도 시공사가 지난 5월 4차 중도금 일부를 인출했기 때문이다.

공정률이 적정기준보다 낮으면 중도금 납부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시공사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A씨와 다른 입주예정자들은 시공사가 적정 공정률에 도달할 때까지 4차 중도금 일부와 5차 중도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건설사의 자금 부족으로 수개월째 아파트 공사가 지연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입주예정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아파트 준공 전에 건설사가 부도나는 건 아닌지, 입주시점에 임박해 서둘러 짓느라 부실단지로 전락하는건 아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도금을 둘러싼 건설사와 입주예정자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일부 단지 입주예정자들은 적정 공정률에 도달할 때까지 시공사가 중도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공사가 늦은 만큼 중도금 납부기간을 뒤로 미뤄달라는 요구도 많다.

경기 용인의 한 아파트 계약자는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주말마다 아파트 공사 현장을 찾는다"며 "지난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첨됐을 때만해도 아파트 때문에 이렇게 마음을 졸이게 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공사 늦어 갈등 빚는 단지는=수도권에서는 경기 남양주시 B아파트, 용인시 공세지구 D아파트, 시흥시 능곡지구 W아파트 등이 공사 지연 단지로 꼽힌다. 지방에서는 포항 양덕동 W아파트, 목포 옥암 D아파트 등이 공사가 더딘 단지다.


내년 9월 입주하는 B아파트의 공정률은 32%. 공사 지연도 문제지만 공정률이 16% 수준이던 지난 5월 입주민들이 낸 4차 중도금 일부를 인출해 입주예정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공세지구 D아파트도 당초 일정보다 1∼3개월 정도 공사가 지연된 상태다. 당초 12월 입주예정이었던 단지는 내년 3월로, 내년 4월 입주예정이었던 단지는 5월로 각각 입주시기를 미뤘다. 지난해 10월 분양된 흥덕지구 H아파트는 사업부지를 관통하는 골조공사가 연기되면서 착공이 3개월 정도 늦어졌다.

포항 W아파트도 공사가 지지부진해 입주예정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 단지 입주예정자들은 최근 은행을 찾아 중도금 지급 유예 및 기존 분양금 환급조치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입주차질·부실시공 불가피=해당 건설사들은 공사가 지연된 것은 사실이지만 자금 유동성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자재 수급 등 예상치 못했던 문제로 공사가 다소 늦어졌다"며 "중도금을 인출하지 않아도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사 지연으로 입주예정자들과 갈등을 빚는 단지들은 입주차질이나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연구소장은 "계약자들이 중도금 인출을 못하도록 손 쓸 정도면 공사가 많이 지연됐다고 볼 수 있다"며 "공사기간이 늘어 입주가 늦어지면 건설사가 계약자들에게 지체상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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