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물꼬', 수익성 낮아 의무도입까진 험난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 2008.10.20 04:10

[머니위크 기획]자전거시대/보험 현황


"자동차보험은 1번, 화재보험은 2번, 상해보험은 3번, 건강보험은 4번, 그럼 자전거보험은?"

자전거보험을 들기 위해 보험사에 전화했다는 한 누리꾼의 하소연이다.

고급 외제자전거를 샀다는 그는 "자동차보험은 안될 것 같고, 책임ㆍ대인ㆍ대물은 둘째치더라도 분실보험은 들어야겠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인터넷 댓글을 통해 '저의 2000만원짜리 자전거보험 드는 법, 급함'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네티즌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자전거보험은 어떻게 가입해야 할까'라는 고민은 비싼 자전거를 구입한 이 누리꾼만의 고민이 아니다. 최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전거보험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1970년대 추억의 교통수단에서 2000년대 환경과 대중교통을 생각하는 가장 미래지향적인 교통수단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자전거. 하지만 사고와 도난 등엔 무방비로 노출돼 있고, 보험사에선 여전히 '찬밥 신세'라 논란이 분분하다.

최근 자전거보험 의무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모은 자전거보험의 현주소를 따라가 본다.

◆ 원시, 시민 대상자전거보험 1호 시행

"따르릉 따르릉 ~ 비켜나세요."

추억 속의 자전거 노래는 정겹지만, 실제 자전거를 둘러싼 사건ㆍ사고가 급증하는 현실은 또 하나의 골칫거리다.

자전거타기 붐이 확산되면서 자전거 사고의 비율도 이와 비례해 급증하는 추세다. 분실ㆍ도난에서부터 인명을 위협하는 사고까지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경찰청 사고분석 기록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중 자전거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1년 2.39%에서 2005년 3.72%로 늘었다.

부상 및 인명 피해도 심각하다. 지난해 일어난 자전거 사고만 1374건으로 69명이 숨지고 1408명이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월23일 경남 창원시 북면에 거주하는 이모(78)씨는 정면에 불쑥 나타난 사람을 피하려다가 넘어지면서 크게 다쳤다. 좌측 다리에 골절상을 입은 것. 10주의 진단이 떨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아찔했지만 그나마 보험에 가입돼있어 병원비 걱정은 조금 덜 수 있게 됐다.

이씨가 가입돼있는 LIG손해보험의 관계자는 "자전거 상해 진단위로금 40만원이 지급되는 사례"라며 "이후 후유장애가 발생하면 추가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장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로 숨지거나 다치면 최고 2900만원의 보험금을 받는 자전거보험이 창원시에서 처음 도입됐다.

이씨에게 사고가 발생하기 바로 하루 전날인 9월22일, 창원시민 50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보험이 전격 시행된 것이다.

창원시에 따르면 창원시는 LIG손보에 연간 보험료 1억9300여만원을 지불하고 자전거보험 계약을 맺었다.


보험 기간은 내년 9월21일까지. 창원시에 주소를 두고 거주하는 시민이 자전거와 관련된 사고를 당했거나 사고를 내게 되면 보험 혜택을 입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전거 관련 교통사고로 사망하거나, 다칠 경우 장애 등급에 따라 최고 2900만원이 지급된다. 4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진단을 받은 경우에는 진단위로금 40만원이 지급된다.

또한 자전거 운전 중 타인을 사망케 한 경우에는 1인당 2000만원, 타인을 사상케 하여 확정판결로 벌금을 부담하는 때에는 2000만원 한도에서 실비 보상한다.

서정국 창원시 자전거정책과 계장은 "시민들이 자전거 사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아 보험 계약을 추진하게 됐던 것"이라며 "보험이 생겼다는 소식에 조금은 더 안심하고 자전거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창원시가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시민의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시민들이 자전거 이용을 꺼리는 이유로 '사고 위험'(39.7%)을 첫번째로 꼽았다.

이는 '도로시설 부족ㆍ불량'(29.7%)과 '자전거 이용 장점 인식 부족'(8.4%) 등 두번째와 세번째 이유를 합한 것보다도 높은 수치. 그만큼 자전거 사고에 대한 예방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자전거보험 수익성 낮아 손보사 난색

최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전거보험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지만, 보험업계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지난 8월 김태원 한나라당 의원은 자동차보험을 허가받은 보험사는 의무적으로 자전거보험을 판매토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보험개발원이 자전거 전용보험 개발에 필요한 위험률을 산출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이르면 올 연말 손보사들이 자전거보험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손보업계에선 이를 둘러싼 논란이 분분하다. 사실 자전거보험은 1997년 삼성화재에서 최고 1억원을 보상하는 전용상품을 내놓았다가 수익성 악화 등으로 4년 만에 중단한 사례가 있다.

이번에 이례적으로 도입된 창원시 자전거보험의 경우도 보험 계약을 위해 1년여간의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창원시 관계자는 "자전거보험 도입을 위해 1, 2차 공모를 마감한 후 재공고를 했지만 신청한 곳은 LIG손해보험이 유일했다"고 말했다.

손보업계에서 이처럼 자전거보험 도입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먼저 수익성의 문제다.

자전거의 경우 자동차와 달리 사고 과실 판단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만들기 어렵고 사고 빈도는 높은 편이어서 보험상품 설계가 쉽지 않다는 것. 대형 손보사의 한 관계자는 "자전거보험의 경우 적정한 위험률을 산출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일단 보험개발원이 새롭게 제시하는 위험률 수치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보장 내용 중복에 대한 우려도 있다. 손보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굳이 자전거보험이 아니더라도 통합보험이나 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 등에서 일상생활의 위험을 보장 받을 수 있어 불필요한 보험료를 더 부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동차와 달리 자전거보험을 필수로 인식하는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가입률이 떨어지는 실효성의 문제도 제기된다.

여하튼 자전거보험이 손보사에 의무 도입ㆍ판매되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이제 자전거를 탈 때도 안전과 비용까지 고려한 꼼꼼한 대책 점검이 필요한 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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