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가 '중국 A'를 한주도 안 산 이유

서정아 베이징 통신원 | 2008.10.23 04:05

[머니위크]차이나 리포트

상품시장과 이머징마켓 투자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짐 로저스는 중국 주식 투자자들로부터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사람이다. 최근 펴낸 저서 '불 인 차이나'를 비롯해 전 세계를 상대로 중국의 발전과 중국 주식의 매력을 설파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면서 중국을 수시로 드나드는 그는 중국 TV를 통해 중국 은행을 직접 다니며 고쳐야 할 서비스 태도 같은 것을 지적해주기도 한다.

그런 그가 지난 7월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한 증권사 설명회에서 자신은 중국 A주를 매입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말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를 '전설의 투자 대가'로 부르는 중국 투자자들은 "지무 루어지에스(짐 로저스의 중국식 발음)가 새로운 국제 유머를 한 것이냐"는 반응에서부터 "우리가 우롱당한 것 아니냐"는 격한 반응까지 보였다.

짐 로저스는 최근 중국 내 증권 주간지인 '홍주간'과 이와 관련한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매체 등을 통해 왜곡된 자신의 의견을 바로 잡고 현재 수직하강하는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한마디로 “중국 주식시장의 발전은 장기적인 것이지만, 가장 싼 주식을 찾기 위해 개개인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세기 미국 시장을 되돌아볼 때 2008년 중국 주식을 팔 필요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 주식시장의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로저스의 해명도 투자자들에게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가면을 바꿔 쓰는 중국의 전통 놀이인 ‘삐엔리엔’(변검)에 빗대어 로저스의 어록을 모은 ‘삐엔리엔 역사’가 인터넷에 돌기도 한다. 인터뷰에서 로저스가 밝힌 진의는 다음과 같다.

먼저 A주 매입여부에 대해 그는 "한번도 산 적이 없으며 샀다고 말한 적도 없다. 나는 항상 B주(상하이,선전거래소에 상장돼 외국인이 미국 달러, 홍콩 달러로 투자할 수 있는 주식), H주(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식), S주(싱가포르 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식),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 중국 회사들이 발행한 ADR만 샀다고 여러 번 말했었다. 왜냐고? 그건 이들 주식이 A주보다 쌌기 때문이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왜 비싼 걸 사려고 할 것인가"라고 해명했다.

또 "성공하는 투자자는 늘 싼 것을 선택한다. 이건 투자의 기본 법칙"이라면서 "이 세상에는 A주보다 싼 B주 H주 뿐 아니라 유럽주식, 미국주식 등 싼 게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하이 종합지수가 5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시장의 거품을 얘기하면서도 중국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 "나는 A주는 산적이 없지만 B주, H주, S주는 언제든 살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중국 주식을 판적은 없다. 내가 숨을 거둔 뒤 내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나는 장기적으로 중국 투자를 신봉한다. 나는 단기 트레이더가 아니다. 내가 주식을 팔아버리면 더 많은 세금을 물게 될 것이다. 게다가 다음에 주식시장에 진입할 시간을 또 계산해야 한다. 내가 세금을 이미 낸 다음, 나중에 더 비싼 가격에 같은 주식을 산다는 게 말이 되는가. 나는 지금도 많은 주식을 갖고 있다. 그중에는 20년, 40년 동안 갖고 있는 주식들도 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로저스는 “2008년에 중국 주식을 팔 필요는 없다. 이건 1908년 미국 주식을 팔 필요가 없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1908년에 미국 주식을 갖고 있던 사람은 수십년 후에 부호가 됐다. 중국 주식시장도 언젠가 1만포인트에 다다를 것이다. 중국은 21세기 가장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말까지는 아직 92년이 남았다. 내 판단이 맞다면 중국 주식시장은 금세기 내 좋은 결과를 낼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1908년 미국 주식시장은 세계에서 그 지위가 매우 낮았으나 이후 80년이란 시간을 거친 뒤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된 점을 예로 들며 미국 주식시장은 성장 과정에서 공포의 하락을 여러번 거쳤으며 중국도 비슷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력, 농업, 여행, 수자원업무 등 유망하다고 언급한 업종에 대해서는 “전력관련 주식을 좋게 본다고 말한 적은 없으며 발전설비를 제공하는 회사를 유망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행업은 향후 20~30년간 큰 발전의 기회가 있으며 수자원관련 회사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중국 정부가 현재 농업 부문에 큰 신경을 쏟고 있는 것을 볼 때 농업 투자도 좋은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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