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환율급등에 우는 미국인 제이슨

머니투데이 박형기 통합뉴스룸 1부장 | 2008.10.09 12:47
미국인 영어강사인 제이슨은 요즘 한숨밖에 나오는 것이 없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월급이 현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제이슨은 학원에서 월 250만 원을 받는다.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이었을 때는 월 2500달러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러당 1400원이기 때문에 18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텍사스가 고향인 제이슨이 한국에 온 지는 두 달밖에 안됐다. 그가 한국에 올 때만해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00원선이었다. 그는 한국에 가면 최소 2000달러는 집으로 부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대 중반인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텍사스 소재 월마트에서 세일스 매니저로 일했다. 그러나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으로 해고를 당했다. 실직 후 그는 구직에 나섰지만 모든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 미국에선 적당한 직장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면 월 2500달러를 벌 수 있다는 광고를 보았다. 마침 그는 영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한 달에 2500달러를 벌면 500달러를 용돈으로 쓰더라도 집에 최소 2000달러는 부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5남매의 장남이다. 아버지는 한 때 잘나가는 중소기업을 운영했지만 최근 망했다. 그는 동생들 교육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태어나서 텍사스를 벗어난 적이 없었던 그는 결단을 내리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두 달 만에 그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환율급등으로 집에 한 달에 1500달러를 부치기도 힘들게 됐다.

더욱 열 받는 것은 같은 학원에 근무하는 캐나다인 브라이언과 호주인 베리는 천하태평이라는 것이다. 브라이언과 베리는 한국에 온지 오래돼 한국 문화에 적응했고, 최근 환율 급등으로 인한 피해도 없기 때문이다. 달러 초강세로 호주달러와 캐나다달러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베리는 한국 생활을 너무 즐기고 있어 화가 날 정도다. 베리는 한국의 ‘정의 문화’ 그리고 어머니의 희생정신에 완전히 매료돼 있다. 베리는 한국 여자와 결혼해 부인이랑 학원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베리는 “한국 여자는 세계 최고의 수퍼우먼이고 한국 엄마의 희생정신이 한국의 오늘이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믿는다”며 “한국 여자와 반드시 결혼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제이슨은 한국에 와서야 미국의 실업난으로 미국인 영어강사들이 최근 부쩍 늘었으며, 학원주가 미국인 강사를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부모들이 호주 또는 캐나다식 영어보다는 미국식 영어를 선호하기 때문에 미국인 영어강사는 프리미엄이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현재 학원주도 자신을 좋아하는 눈치다.

그는 용기를 내서 학원주에게 “월급을 달러베이스로 받으면 안되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학원주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달러베이스가 아닌 원화베이스로 계약을 했으며, 만약 달러로 지급한다면 더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학원주는 외국인 한 명을 고용하는 데는 약 350만 원이 든다고 말했다. 잠자리와 의료보험 등을 포함하면 월급인 250만 원 이외에 100만 원의 추가비용이 든다고 했다. 여기다 환율 상승을 보전한다면 더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며 제이슨의 요구를 일축했다.

제이슨은 문득 서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위기로 고국을 떠나야 했고, 한국에서도 예상치 못한 환율 상승으로 월급이 현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국인으로 태어난 것이 후회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외국인 강사들의 사정을 어떻게 이리 잘 아느냐고요. 제이슨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그 매몰찬(?) 학원주가 바로 제 아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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