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신자유주의'의 반론(反論)

류병운 홍익대 교수(국제통상법) | 2008.10.09 12:11
이번 미국의 금융위기는 모기지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추세 속에 주택의 담보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하다보니 과도하게 모기지 대출을 해준 것이 화근이었다.

경기의 침체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으로 모기지 연체와 부도 증가로 야기된 금융경색은 월가 투자회사들의 모기지 채권을 유동자산화한 파생상품들의 부실로 이어지면서 결국 미국발 금융위기로 치닫게 된 것이다.
 
이번 금융위기를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경제학파의 몰락으로 규정하면서 국가주도의 금융규제 강화, 즉 도덕적 해이에 빠지는 시장에 정부가 매를 들어야 한다는 주문들이 힘을 얻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시장 통합화와 민영화 등 ‘작은 정부’로 대변되는 규제완화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러다가 과거의 관치금융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여기서 미국의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모기지 대출문제를 되짚어 보자. 원래 은행(금융기관)은 예금자들이 맡긴 돈을 일시에 모두 인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 속에 시장에서 얻은 정보에 근거한 리스크 관리를 통하여 적정한 대출 규모를 결정한다.

물론 모기지 대출 규모는 시장에서의 부동산 가격과 예측에 크게 좌우된다. 문제는 그와 같은 대출 규모 적정성에 관한 판단들이, 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 등으로 빗나갈 가능성이 늘 상존하며, 특히 과대하게 평가된 시장가격, 즉 ‘버블’은 쉽게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에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된 바 모기지 파생상품과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나 모기지 채권의 유동자산화를 평균 부도율 30%를 제외한 범위내로 한정하는 등 나름대로의 기준은 있었다. 불행하게도 모기지 채무 연체 쓰나미가 이러한 기준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신자유주의’적 시장이 문제라면 정부의 광범위하고 강력한 규제 하에 놓인 시장은 어떠한가? 규제로 왜곡된 시장은 잘못된 신호를 생산하여 다시 정부의 정책을 오류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정부의 규제는 정경유착이나 예쁜 놈만 떡 주는 식으로 악용되기 쉽고, 특정 정권의 정치 논리로 경제를 말아먹은 숱한 우리의 경험과 사례들도 있다. 한 벌처펀드에게 외환은행을 헐값으로 매각한 것도 당시 정부가 주도한 것이다.

글로벌 경쟁 속에 정부 규제의 적성성에 대한 판단도 어렵고 정부가 과연 얼마의 비용으로 얼마나 정확하게 시장의 ‘버블’을 짚어낼지도 의문이다. 그렇다면 일단 시장에 맡기고, 혹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정부가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 아닐까. 잘 모르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규제 일변도로 나가다가 만약 ‘정부의 실패’를 초래하다면 그때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지난 약 25년간 미국경제, 나아가 세계경제는 자유무역과 정부의 시장개입의 최소화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1990년 대 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체결로 대변되는 북미 역내 무역자유화로 미국은 10년 가까운 호황을 누린다.

10년의 호황 뒤, 미국경제는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과잉투자와 9.11 테러 후유증으로 잠시 침체에 빠지게 되나 이 경기침체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이자율만의 미(微)조정과 저금리 정책, 즉 ‘신자유주의’ 틀을 통해 해결되었다.

지난 해까지 이어진 미국의 경제의 선방은 과잉투자로 비난 받던 IT산업의 인프라가 낳은 효율성의 덕도 단단히 보았다. 그러므로 현재의 금융위기를 FRB의 저금리 정책에 기인한 것이라고 단정하면서 ‘신자유주의’에 뭇매를 가하는 것은 너무 근시안적이다.
 
물론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단기적으로 이번 사태가 실물경제에 미칠 부정적 효과를 잘 방어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금융시장이 위험 관리와 투명성 제고에 관한 규범적 기준들을 확립 준수하게 만들어야 한다. ‘동북아은행’이나 '아시아통화기금(AMF)' 같은 지역국제금융기관 설립도 추진해야한다.
 
그러나 미국의 상황과 우리 금융 산업 현주소에 대한 정확한 고찰도 없이 성급하게 시장의 기능을 정부규제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또 어떤 재앙을 가져올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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