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사람이 한국인보다 행복한 이유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 2008.10.09 12:21

[CEO에세이]워커홀릭에서 라이프홀릭으로 진화해야

부도(富道) 9단. 이쯤 되면 “왜 일하고 왜 돈을 버느냐?”에 대한 답이 있어야하는 단계다. 락(樂)이다.

그것은 바로 즐거움이며 기쁨이다. 기쁘게 일하고 기쁘게 해주면서 또 기쁘게 노는 것이다.
 
남미 어느 한적한 바닷가의 이야기다. 도심에서 온 부자가 해변을 거닐고 있었다. 마침 자기 배 옆에 드러누워 빈둥빈둥 놀고 있는 어부를 발견했다. 그래서 한심하다는 듯이 물었다.

"여보시오, 이 금쪽같은 시간에 왜 고기잡이를 안 가시오?"
"오늘 몫은 넉넉히 잡아 놨습니다."

"시간 날 때 더 잡아 놓으면 좋잖소."
“그래서 뭘 하게요?”

"돈을 더 벌어 큰 배와 그물을 사고, 더 깊은 데로 가서 더 많이 잡고, 그러다보면 나처럼 부자가 되지 않겠소?”
"그러고는 뭘 합니까?”

"아, 그렇게 되면 편안하고 한가롭게 삶을 즐길 수 있잖소."
부자의 말에 어부가 답했다. “내가 지금 그러고 있잖소?"

‘일의 발견’의 저자 조안 시울라는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큰 도전은 일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사실 일은 돈을 벌고 보다 나은 자유를 얻기 위함이다. 일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 실직의 문제점은 단 하루의 휴가도 편히 가질 수 없다는 데 있다.
 
◆재미라는 가치를 추구해야 ‘지속 가능한 기업’될 수 있어
 

그만큼 일이 중요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레저 경제학’의 저자인 인구경제학자 린다 나자레스의 주장이다. “20세기 시대정신이 근면과 성실이었다면 21세기 시대정신은 행복과 재미다.”
 
시대정신도 변했다는 것이다. ‘시간예속 경제’로부터 ‘레저경제’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는 “어떻게 하면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까?”에 집중된 기능적 경제 논리로부터 “어떻게 하면 행복하고 즐겁게 살까?”를 고민하는 심리적 경제 논리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레저경제의 중심 영역에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융합 미디어산업, 음식산업과 스포츠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21세기는 재미와 행복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 기업문화가 워커홀릭(workaholic)에서 라이프홀릭(lifeholic)으로 진화해야 한다. 펀홀릭(funholic)이나 해피니스홀릭(happinessholic)으로 진화해야 한다.
 
고객은 물론 종업원에게도 웃음을 줘야한다는 펀경영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나 즐거운 일터를 추구하는 구글의 기업문화가 대표적이다. 자유분방함과 창조정신을 강조하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기업문화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경향은 그런포스 그룹 칼스턴 비야그 회장의 주장대로 ‘직원이 바로 회사’라는 철학에서 출발한다.

또 착한 기업이야말로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이다. 화장품 회사 키엘이 좋은 사례다. 키엘은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만 생산되는 원료인 아르간 오일을 ‘공정무역(Fair Trade)’을 통해 구입한다. 예쁘고 화려한 포장 대신 무향· 무색소· 최소 방부제의 제조원칙을 지켜 고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소득과 행복이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이스털린의 역설’
 
21세기는 ‘락(樂)의 시대’다. 상위 집단과 하위 집단 간의 소득 양극화는 ‘여가 양극화’로 이어진다. 하지만 덜 가진 자들 또한 저렴하더라도 여가 활동은 포기 않는다. 시간은 돈만큼, 아니 돈보다 더 값지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소득(GNP)대신 국민행복지수(GNH: Gross National Happiness)가 떠오르고 있다. 사실 돈이 많으면 좋은 집과 좋은 차를 가질 수 있다. 또 노후를 편안히 보낼 수 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논리다.

경제사학자이자 행복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는 1946년부터 가난한 나라와 부자나라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와 자본주의 국가 등 30개 국가의 행복도를 연구했다. 결과는 우리 상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제적 발전단계와 사회체제와 상관없이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더 높은 행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시점을 두고 분석해봤더니 소득수준이 늘어나도 행복도가 더 이상 높아지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미국의 경우 1971년부터 1991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은 83%나 증가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이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그의 이름을 따 ‘이스털린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소득이 낮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한국인보다 행복한 이유다.(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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