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이 땅에 꽂힐 때까지 기다려라

김영호 재정전략연구원장 | 2008.10.15 12:53

[머니위크] 청계광장

요즘 세상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어떤 단어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월가(Wall Street)’라는 말일 것 같다.

지난해 여름 이 월가에서 발생한 쓰나미가 전 세계를 덮치고 있는 전율을 느끼게 된다. 아니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주식시장은 문만 열면 시퍼렇게 멍들어 가며 바닥이 있기나 하느냐고 놀리는 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폭락’이라는 단어가 몸서리쳐지는 시기에도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식을 사는 투자자들도 있고, 또 패닉이 극에 달할 때가 기회라며 희석시키는 말을 접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분명한 인식 하나는 해 두어야 할 것 같다.

필자가 군에 복무하던 시절 강원도 소양호 주변에서 동계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 1월이기 때문에 소양호는 꽁꽁 얼어붙어 있었고, 남쪽지방 출신으로 군 훈련 중에 처음 보는 얼어붙은 강 풍경은 새롭기만 했다. 1월이고 보기에도 얼음이 두꺼워 보였지만 그곳이 처음인 필자와 동료들은 섣불리 강안으로 얼음을 밟고 들어서지 못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그때 어떤 아주머니는 머리에 짐을 이고 강 한가운데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서 강 건너편으로 건너가는 것이었다.

그때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고 근래까지도 별다른 의미가 없었던 이 경험이 요즘 필자에겐 투자의 한 교훈으로 다가서고 있다. 소양호의 풍경과 계절이 처음인 군인들에겐 얼어있는 강이 위험해 보여 조심스러웠지만 그곳에 오랫동안 살며 강 지리를 잘 알고 있는 현지인들에겐 전혀 위험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건 왜일까? 그들은 겨울철에 얼음이 어느 정도 두껍게 어는지 그리고 어느 곳은 얼음이 얇고 어느 곳은 얼음이 두꺼운지 그래서 어느 곳으로 걸어가면 안전한지 등을 훤히 꿰고 있기 때문에 위험할 것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지 사정에 어두운 외지인은 위험해 보이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만일 이런 외지인이 현지인의 행동을 보고 따라서 아무데나 얼음 위로 걸어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별 일이 없을 수도 있지만 불운하게도 얇게 얼은 곳을 밟아 얼음 밑으로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황태꼴을 면하지 못할 것이고 염라대왕을 면회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렇게 필자의 사소한 경험을 들먹이는 이유는 주식시장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단지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섣불리 주식을 사러 들어간다거나, 명확한 전략과 대응 방안 없이 장기투자 흉내를 내려다가는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을 거라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아직 초보 투자자가 보기엔 ‘패닉’으로 보이는 상황이 실제로는 아직 ‘패닉’이 아닐 수도 있으며 바닥으로 보이고 저가 매력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빈소리일 수도 있음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최악의 ‘패닉’ 속에서 주식을 산 사람들은 그것이 ‘최악’임을 알고 그 다음의 상황 전개를 읽어내고 있기 때문에 주식을 산 것이지 ‘패닉’ 자체라서 주식을 산 것은 분명 아니다.

지난해 연말경 서브 프라임 폭풍 때문에 월가의 금융기관들이 휘청거릴 때 이들의 주가가 많이 싸져서 투자의 기회라며 만들어진 국제 금융주펀드들이 지금 어떤 상황인가? 지금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데 그때 투자한 사람들의 결과는 그야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다른 펀드도 마찬가지이며 직접투자도 역시 같은 상황이다.

이럴 때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의 말을 곱씹어 보면 보약이 될 듯하다. “떨어지는 주식을 사는 것은 수직낙하 하는 칼날을 잡는 것과 같다. 그 칼이 땅에 꽂혀 칼자루가 부르르 떨 때가지 기다려 보는 게 현명하다.”

현지인이 아니면 건방지게 얼음 위로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 게 좋듯이 ‘패닉’상황을 꿰뚫는 안목과 내공이 쌓인 사람이 아니라면 조금 덜 먹겠다는 생각으로 주식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올라가기 시작할 때를 기다려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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