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 고맙다 금융위기?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 2008.10.08 19:13
미국발 금융위기가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가 탄력을 받고 있다.

금산분리원칙을 완화해 은행들이 비상시에 자본을 쉽게 확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것. 나성린 한나라당 제3정조위 부위원장은 8일 "금산분리 완화는 국내 은행의 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은행들의 자본확충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며 "은행들이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금융위기로 은행이 보다 손쉽게 자본을 확충하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셈이다. 산업자본과 연기금 등의 은행지분 소유 규제를 완화해놓으면 유사시 은행들이 주식발행을 통해 필요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이 자본금을 늘리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주식을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거나,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보다 바람직한 것은 주주배당을 억제해 이익잉여금을 늘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주주배당 억제는 이익발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최근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논의할 여지가 없다. 후순위채 역시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발행이 쉽지 않은 데다 설사 발행에 성공하더라도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한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날 열린 금융위원회와 한나라당의 당정협의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그동안 금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이던 의원들도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당정협의에 참석했던 정부 관계자는 "위기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자본확충 수단을 넓혀둘 필요가 있다는데 이견이 없었다"며 "야당의 분위기도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4%에서 10%로 상향 조정하고 연기금과 사모투자펀드의 은행지분 소유 제한을 완화할 계획이다.

미국의 움직임도 금산분리 완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9월 은행의 지배주주로 인정받지 않으면서 취득할 수 있는 은행주식 소유 한도를 최대 33%(의결권 있는 주식 15% 포함)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10%를 초과하는 주식 소유자는 은행의 지배주주로 간주, 은행과 동일한 건전성 규제를 받아야 했다.

반면 이번 금융위기로 산업은행 민영화는 곳곳이 지뢰밭이다. 투자은행(IB)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고 외화조달 창구로서 산은 역할이 강조되면서 민영화 반대 기류가 퍼지고 있다. 애초 금산분리 완화에 비해 산은 민영화가 더 수월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번 금융위기로 반대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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