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업 달러 쟁여두기는 투기적 요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10.08 11:34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기업의 외환투기를 점검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재정부는 환율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달러화를 내놓지 않고 있는 기업이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8일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환율의 추가상승을 기대하고 달러화를 갖고도 내놓지 않는 경우와 미리 달러화를 사두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투기라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투기적인 요소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특히 달러화를 갖고도 시장에 내놓지 않는 (수출업체의) 경우가 더욱 문제"라고 밝혔다. 조선업체처럼 수출대금을 뭉칫돈으로 받는 기업들이 환전을 미루는 것을 염두해두고 있는 셈이다.

일부 대기업은 달러화로 받은 수출대금을 본사가 아닌 해외지사로 돌려 쌓아두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런 기업과 그 주거래은행들에 대해 "달러를 풀라"고 우회적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달러 기근'으로 국내 경제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달러화를 쟁여두는 것은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에 가깝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강 장관은 앞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의 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위기 상황을) 틈타 투기거래를 하는 세력들, 특히 대기업에 대해 현황을 파악하겠다"며 "내일(8일)부터 누가 투기적인 거래를 하고 있는지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외환시장에는 투기세력 또는 투기세력은 아니더라도 투기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며 "투기세력의 형태와 투기세력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의 환테크 또는 외화자산 운용은 해당기업의 자유라는 점에서 이를 '투기'로 모는 것이 적절한지를 놓고는 논란이 많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좀 더 높은 값에 바꾸려고 달러화 매도를 미루는 것이 어떻게 투기냐"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외환시장 불안을 놓고 '대기업 책임론'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환율이 추락하고 있던 2006∼2007년에는 조선업체 등 수출기업들의 선물환 매도가 표적이었다.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006년 11월2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컨퍼런스에서 "최근 환율 급변동의 일부 원인은 대형 수출업체들의 과도한 환헤지 등 쏠림현상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26일에는 진동수 당시 재경부 제2차관(현 수출입은행장)이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가 늘면서 환율을 움직이는 부분이 있다"며 "이런 부분이 맞물려서 한방향으로 가게 되면, 나중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금융기관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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