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들이 개인금고에서 잠자던 달러들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지 예측할 순 없지만 1300원을 훌쩍 넘으면서 슬슬 은행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 소액을 환전해도 비교적 많은 차익을 남기는 환테크 수단이 된 셈이다.
8일 강남에 위치한 은행지점의 PB들에 따르면 달러를 원화로 바꿔 차익을 내거나 미국, 홍콩, 상하이 등 해외에서 보유하던 달러를 국내로 갖고 오는 사례가 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김현규 삼성역 하나골드클럽 PB팀장은 "개인금고에 달러를 현금으로 갖고 계신 분들 중 환전하거나 은행에 예금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해외에서 급여를 받는 사람 중에 해외은행에 저축해놨다가 한국으로 갖고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미국에서 받은 근로소득 35만달러 가량을 한국으로 보내온 사람도 있었다. 환차익을 낼 수 있을 뿐더러 미국의 신용경색으로 미국은행에는 거액을 맡기기가 불안하다는 심리적 요인도 작용했다.
관리 고객이 100명이 안 되는 압구정의 한 PB는 이틀간 2명이 달러를 환전해갔다고 전했다. 모집단 수와 평소 거래를 생각하면 많은 수준이라고 한다. 그는 "환율의 오름세를 감안하면 환전 금액에 비해 차익은 큰 편"이라고 말했다.
원/엔 환율도 오르면서 엔화 환전 문의도 부쩍 늘었다. 외화보험이나 외화펀드에 돈을 넣어 당장 달러를 손에 넣을 수 없는 사람들은 선물환매도 계약을 하기도 한다. PB들도 여유운용자금이 있는 사람들에 한해 환전을 권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자들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를 피해가긴 어려운 모습이다. 요즘 강남지역의 PB센터에선 문의전화만 울릴 뿐 실제 이뤄지는 거래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 PB는 "요즘엔 '재테크'라는 말이 아예 들어갈 정도로 투자자들이 관망하고 있다"며 "이미 펀드로 손실을 많이 본 상황에서 환매도 못하고, 신규투자를 하는데 있어서도 불확실성이 커서 거래가 확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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