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수급, 얼마나 꼬였길래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10.08 08:35

금융권, 부채 차환 리스크… 기업, 달러 안 팔기 전략

이 기사는 10월07일(17:3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60억달러 거래에 환율 60원 폭등.

거래량은 줄어들고 있는데 환율은 폭등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신용 경색에 달러가 시장에 나왔다 하면 벌떼같이 모여 들어 달러 사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환헤지를 위해 달러를 팔아야하는 기업들은 환율 상승을 내심 즐기고 있다. 환율 급등을 막아 기업들의 달러 매도를 자연스럽게 유도해야할 외환당국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은행권, 외화 만기 차환 '리스크'

각 은행이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국내 은행 전체의 외화 유동성 비율은 101.7%다.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보다 자산이 더 많다는 것이다. 감독 규정상 85% 비율을 맞춰야 하지만 최근 감독당국이 10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면서 이 비율이 큰 폭으로 올라갔다.

문제는 자산 축소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부채의 만기가 빠르게 도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화를 빌려 준 쪽에서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자금 회수에 들어가고 있다.

A 시중은행의 경우, 3개월 만기 3억3000만달러 만기가 이달 도래하는데 상대은행이 3000만달러를 제외한 3억달러의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 은행은 이달 사모 형태로 1억5000만달러 차입에 성공했지만 아직 만기자금 규모에는 모자란다.

다른 은행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 하루짜리 자금은 정부의 스왑시장과 외화자금시장 유동성 지원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한 달 혹은 그 이상 만기 자금은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장기는 물론이고 중기물 차환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B 은행 한 관계자는 "수출입 은행을 통해 50억달러 자금 공급이 이뤄져 단기 시장은 여유를 찾아가고 있지만 한 달 이상은 조달이 안 되고 있어 단기 자금으로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장기물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 유동성으로 이를 채우는 데 급급해지자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외화자금 시장에 대한 우려가 현물 외환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외화 자금 시장 한 관계자는 "솔직히 국내 금융회사들 사이에서 달러가 없어 심각한 상황인 곳은 없을 것"이라며 "차환에 대비해 외화를 꼭 움켜쥐면서 유통이 되지 않는, 말 그대로 '경색'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달러 안 팔고, 못 판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9월초 현재 조선업체 빅3(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선박 수주 액수는 370억달러 수준이다. 작년 대비 100억달러 이상 줄어들었지만 올해 급증한플랜트 설비를 포함하면 감소폭은 상당히 줄어든다.

문제는 선물환 매도로 환헤지를 하는 조선·중공업체의 수주 금액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에 실제 공급되는 달러는 수주 감소분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외국계 은행 딜러는 "지난 몇 년동안 달러를 주구장창 팔아대던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가 요즘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한은의 한 관계자도 "환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는 줄어들고 있고 반대로 선물환 매입이 늘어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조선업체는 수주금액에서 수주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한 달러에 대한 헤지 비율이 조정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수주 즉시, 달러 매입과 매도에 대한 100% 헤지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환율 상승을 막지 않아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면서 기업체들은 더욱 더 달러 매도를 늦추고 있다.

외국계 딜러는 "환율이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출 것이라는 기대가 안 생기는 데 누가 여기서 팔겠냐"고 반문하며 "어느 정도 꼭지라고 생각할 때가 돼야 업체들의 매물도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업체들이 전략적으로 달러를 팔지 않기도 하지만 팔고 싶어도 규정상 팔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과거 선물환 매도분에서 평가손이 발생, 거래은행과의 한도가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 기업체들의 달러 매도가 자제되고 있는 것은 거주자 외화예금 증가에서도 확인된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지난 7월말 243억4000만달러까지 급증하기도 했다. 8월말 현재는 222억달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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