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장 처음" 지금 여의도는…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 2008.10.07 14:41

"분석·전망 무의미"..기업 보고서도 ‘뚝’

"다들 시장만 보고 있습니다. 머릿속은 복잡한데 오히려 몸은 한가하니 아이러니죠. 지금 상황에서는 분석과 전망이 무의미하니까 도무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다우지수가 4년만에 1만선이 붕괴되며 국내 증시가 급락세로 출발한 7일 오전. A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이렇게 푸념했다. 오후 들어 장이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또 언제 어떻게 뒤집힐 지 몰라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는 특히 "아직 바닥은 아니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전제한 뒤 "관망만 할 뿐 이런 장에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라’는 두루뭉술한 조언 이외에 시황 전망을 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크다"며 몸을 사렸다.

B증권사 투자전략팀장도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더더욱 할 말이 없다. 환율이 이렇게 요동치는 데 개인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며 "지금은 매니저들도 움직일 수 없는 장"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증시 안정 대책을 내놓겠다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반신반의다.

이날 오전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환율 급등 등 지금 경제상황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갔을 때 정부의 대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대형증권사 센터장은 "정부는 세상이 무너지는 정도가 아니면 극단적인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 같지만 오늘 참석한 증시전문가들은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며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별 기업과 산업을 분석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외부 거시적 변수에 일희일비하는 장세이다 보니 개별 종목을 얘기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푸념도 나온다.


“지금 이맘 때면 각 기업별로 내년 사업 계획이 나와야해요. 그런데 상장기업들 탐방을 가보면 쩔쩔매며 경영계획을 못내놓고 있어요. 환율 변동이나 소비심리 악화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거죠. 기업들이 입을 다물고 경제상황만 지켜만 보고 있으니까 기업분석 보고서를 내놓기도 힘듭니다.”

실제 국내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는 지난 7월 125건에서 8월 97건, 9월 83건으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경기 전망에 따라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도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보고서도 확 줄었다”며 “목표주가가 줄줄이 하향 추세인데, 매도 의견을 낼 수는 없으니 보고서 자체를 못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폭락장 경험이 없는 젊은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낭패감은 더 크다.

기업분석 3년차인 한 애널리스트는 "작년까지만 해도 보고서를 내면 시장의 반응이 즉각적이어서 보람도 있었고 의욕도 생겼다"며 "그 동안 너무 좋은 장만 봐왔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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