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파산 쓰나미, 유럽으로 이동한다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08.10.07 15:40

일부 유럽 대형銀 레버리지, 파산 전 리먼 수준

금융시장 위기 태풍의 눈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주 유럽 내 4개 대형 금융사가 단기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제금융의 힘을 빌렸다. 리먼브러더스가 사라지고, 메릴린치가 매각된 지난달 미국 월가의 모습이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 재현되고 있다.

◇ 월가서 유럽으로

지난달 월가에는 사상 최악의 태풍이 휘물아쳤다. 리먼은 파산했고 메릴린치는 헐값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팔렸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는 투자은행(IB) 포기를 선언했다. AIG는 850억달러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아 간신히 연명했고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사실상 국유화됐다.

지난주 유럽에서는 독일 하이포리얼에스테이트그룹, 벨기에 포티스, 덱시아금융그룹, 영국 브래드포드앤빙글리(B&B) 등에 대한 구제금융 수혈과 매각, 국유화가 이어졌다.

독일 2위 부동산 담보 대출업체 하이포리얼은 600억유로(86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벨기에 최대 금융사 포티스는 112억유로의 구제금융를 받고도 벨기에 사업(포티스 벨기에)을 프랑스 BNP파리바에 매각해야만 했다. 덱시아금융그룹은 62억유로를 긴급 수혈받았다. 영국 B&B는 국유화와 함께 스페인 방코산탄데르로 부분 매각되는 수모를 겪었다.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던 유럽 은행들의 연이은 비보에 시장의 불신이 한층 확대됐고 금융주는 자유 낙하했다. 이에 결국 미국의 구제금융안 최종 통과에도 불구, 전세계 증시 6일(현지시간) 동반 폭락장을 연출했다.

미국의 불안이 한풀 꺾였다면 유럽의 불안은 절정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증시 부진, 단기 자금시장 경색 등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유럽은행들은 한층 더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앞으로 나오는 유럽 은행 도산은 이 같은 불안의 실례가 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뢰에 보다 날카로운 상처를 남길 수 있다.

◇ 공통의 불안 요소 '레버리지'

리먼은 부동산 가격 하락 이후 이어진 자산 가치 하락으로, 레버리지 부담이 가중되며 무너졌다. 그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피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영국 바클레이나 독일 도이체방크에서도 최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네덜란드 ING나 스위스 UBS 등 다른 유럽 대형 금융사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 은행들이 미국 상업은행들에 비해 월등한 자산/자본 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레버리지 비율이 안전권에 있는 것은 아니다. 포츈지는 문제의 유럽은행들이 리먼을 닮았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이미 이 같은 불안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날 ING는 14%, UBS는 9% 각각 하락했다.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다니엘 그로스와 스테파노 미코시 등은 유럽 대형 은행의 레버리지비율이 대부분 30을 넘고 있다며 이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스와 미코시는 일부 은행의 경우, 레버리지 비율이 50에 육박한다고 덧붙였다.

◇ 美 악재 충격, 유럽이 더 클 수도

한편 금융 불안 끝에 뱅크런(집중 예금인출 사태)이 야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예금 보호 한도를 상향하고 있지만 예금주들이 계속 은행에 돈을 쌓아둘지는 미지수다. 예금주들은 자신의 예금을 지키기 위해 어느 때보다 금융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 은행들이 미국 금융권과 밀접히 연결돼 있는 만큼 미국에서 추가 악재가 터질 경우, 오히려 유럽 은행권이 더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일례로 AIG의 경우, 상당수 유럽 은행들과 거래를 맺고 있다. AIG의 2분기 성적은 최악. AIG는 지난 분기 4410억달러 신용디폴트스왑(CDS) 포트폴리오 중 3070억달러를 공중에 날렸다. 이는 850억 구제금융의 3배가 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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