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원화 폭락-엔화 폭등 의미는?

머니투데이 박형기 통합뉴스룸 1부장 | 2008.10.07 12:23
추사 김정희는 희대의 걸작 세한도에서 ‘세한 연후에야 소나무의 푸름을 알 수 있다(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고 했습니다. 국제 금융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니 누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야청청한 지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엔화는 폭등하는데, 원화는 폭락하고 있습니다. 6일(현지시간) 엔화는 유로화 대비 5.7%, 달러화 대비 4.2% 급등했습니다. 대 유로 상승률은 유로화 출범 이후 사상최대이고, 달러 대비 상승률은 20년래 최대입니다.

미국 금융위기가 고조되면서 피난처를 찾고 있는 국제 투자자들에게 엔화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미국 금융위기가 닥치자 당초 유로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유럽도 미국발 위기에 전염되면서 유로화에 대한 신뢰도 떨어져 이제 믿을 것은 엔화뿐이라는 인식이 확대된 것 같습니다.

일본은행권은 파생상품에 물린 것이 적고, 1조 달러가 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투자자들은 일본경제가 현재 침체기에 있긴 하지만 다른 선진 경제에 비해낫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 없다는 것이겠지요.

따라서 일부 전문가는 당분간 엔화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통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일본 금융 부문은 그동안 보수적으로 운용돼 왔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에 상대적으로 강하고, 일본이 갖는 국제적인 지위와 경상수지 흑자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엔화는 앞으로 강세를 유지할 겁니다.

게다가 세계 증시 붕괴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역시 엔화 강세를 자극할 겁니다. 엔화는 6일 하루에만 호주 달러화에 비해 12.3% , 뉴질랜드 달러화에 대해서도 10% 올랐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원화는 나락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습니다. 연일 급등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원화가치 하락)은 7일 오전 전일대비 70원 이상 폭등한 1350선까지 올랐습니다. 환율 폭등으로 코스피는 하락, 원/달러 환율이 3년만에 코스피 지수를 상회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미국 금융위기로 달러 확보 전쟁이 벌어지면서 이머징마켓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원화는 특히 급락하고 있습니다.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예상 때문일 겁니다.

지금까지 문제가 없다던 정부도 방향을 틀었습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위기에 처했음을 시인했습니다. 특히 강장관은 시중 은행장들에게 해외 달러 자산을 처분해 달러를 확보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달러 경색이 얼마나 심했으면 이 같은 발언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각에서는 강만수 장관이 이같이 강력한 발언을 한 것은 그동안 한국 은행권의 달러 자금줄이었던 일본은행들이 한국계에 달러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일본경제를 ‘잃어버린 10년’이라며 조롱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거지자 일본이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잘했다기보다는 일본은행이 운영을 보수적으로 해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기에서 부활한 일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세상 참 돌고 도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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