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글로벌시장의 명현현상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8.10.07 11:23

신뢰의 위기가 공포 자극… 신뢰 회복하면 안정 찾을 듯

명현(瞑眩) 현상.

한의학에서 질병 치유시 주요하게 여기는 반응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복약 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예기치 못한 여러 가지 반응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한방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처방한 뒤 치유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일시적으로 격렬한 신체반응이 오거나 다른 증세가 유발됐다 결과적으로 완쾌되는 현상이다.

백과사전에서 든 사례는 다음과 같다.

임신 초기 입덧 증상이 점점 악화돼 전신장애가 나타나고 결국에는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임신오조라는 증상을 겪는 산부에게 '반하후박탕'이라는 한방처방 이후 복약 뒤 구토가 멎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토하고 나서 완쾌된 일이 있다는 사례가 있다.

또다른 사례로는 심한 토사를 계속하는 환자에게 '생강사심탕'이라는 약을 투여했더니, 얼마 후 심한 구토와 이질을 일으킨 뒤 완쾌되는 증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명현은 증세의 악화 또는 병의 전이,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의 현상과는 전혀 다른 성질로 결론짓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7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구제금융법안 통과 이후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하원에서 한차례 부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구제책이 통과됐지만 오히려 시장은 처방에 대해 극렬히 거부하는 모양새다.

신용위기가 실물로 옮겨붙었다는 공포감과 유럽으로 번진 금융경색은 글로벌 증시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국내증시도 원/달러 환율이 7일 장중 1350원까지 치솟고,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CD금리가 연일 오르는 등 혼돈 그 자체다.

기업들은 세상이 어떻게 급변할 지 몰라 그나마 안전자산인 달러를 한장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7일 장초반 1321.81까지 급락하며 1300선도 위태할 지경에 처했다. 환율 시장이 정부 개입으로 여겨지는 액션 이후 코스피도 진정세를 찾고 있지만 7거래일 연속 내리막을 걸으며 10% 이상 주저앉은 상황이다.

돌아봐도 좋은 소식은 없는 것 같고, 조그만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극단적인 심리공황 상태를 보인다.

매일 쏟아지는 증권사 리포트의 제목만 보더라도 부정적 견해 일색이다.

'미국 경기침체, 금융위기 그리고 상업은행 추가 도산 위험'(LIG투자증권)


'내부 불확실성이 더 큰 우려'(굿모닝신한증권)

'심화되고 있는 심리적 공황사태'(메리츠증권)

지난해 7월 BNP파리바의 환매중단으로 위기가 감지된 당시 증권사들의 리포트 제목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서브프라임발 파국은 없다'(한국투자증권, 2007년 9월3일)

'낮은 서브프라임 부실확산 가능성'(동부증권, 2007년11월14일)

당시 서브프라임 문제가 처음으로 국내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수면 속의 '괴물'이 꼬리를 드러냈지만 증권사들은 이처럼 사태가 긴급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견해는 적었다. 당시 상황에서의 논거는 미국과 따로노는 중국경제가 견조하게 이어질 것이며, 실물까지 번지기 전에 미국정부가 대처할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였다.

이에 대해서는 언론도 경고를 제대로 울리지 못했기 때문에 '신도 알기 어렵다'는 미래예측을 비난할 처지도 못된다.

하지만 미국발 신용위기가 본격적으로 돈이 도는 혈관을 막히게 하고, 서로가 서로를 못믿는 '신뢰의 위기'가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세상 모두가 공포에 질린 와중에 최근 글로벌 증시의 상황을 '명현'으로 이해할 필요성도 있다.

미국 뉴욕증시가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투입에도 불구하고 장중 사상 최대인 800포인트가 폭락하자 미국정부가 다시 2000억달러를 추가투입하는 등 조만간 세상은 '달러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이야 공포지수(VIX)가 60%에 달하는 등 신용경색에 따른 불안감이 극도에 달해있지만, 달러가 풀리면서 신뢰를 회복한다면 안정을 찾을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는 셈이다.

평생을 투자만 전문적으로 한 워렌버핏이 대규모의 자산을 기업 사냥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도 움직인다. 늘그막에 쪽박을 찰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투자의 현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달인'이 거금을 투자한다는 사실에 희망을 걸 필요도 있을 듯 싶다.

물론 현재 처방전이 명현 현상인지, 오진에 따른 독약인지는 아무도 검증하지 못하고 있다. 처방의 강도가 더욱 거세져야만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한쪽에만 생각이 쏠려 비이성적으로 스스로 패닉을 만드는 점에 점수를 후하게 주기도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시장을 좀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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