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개장전]오를 핑계가 없다…선물급락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08.10.06 21:49
금융위기의 확산으로 아시아, 유럽 등 전세계 증시가 급락하면서 월요일(6일) 뉴욕 증시 지수선물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 동부시간 오전 8시54분 현재 다우지수 선물은 181포인트 하락했고 S&P500지수선물은 24.20포인트, 나스닥100지수선물은 31.25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주가가 오를 핑계가 떨어진 글로벌 증시는 이날 일제히 급락하며 각종 신기록을 양산했다. 올 들어 주가가 급락할때 갖은 핑계를 다 가져다 댔지만 설명하기에 부족했던 것처럼, 오를 만한 핑계를 찾기가 어렵다.

주가 하락의 원흉으로 꼽혔던 유가는 90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을 파산위기로 몰았다는 누명을 뒤집어씌우고 시장에서 한시적으로 쫓아낸 '공매도' 역시 무죄로 판명된 듯 하다.

◇유럽도 '구제금융' 러시…경제 근원문제 부각
좀더 근원적인 문제인 금융위기의 확산과 경기침체의 증거들이 나날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소비위축, 생산감소, 고용위축은 여러 지표로 확인됐다.

게다가 주말에 등장한 유럽발 악재가 금융위기에 대한 안이한 생각을 달아나게 했다. 독일이 히포리얼(HRE) 은행에 사상 최대규모인 500억 유로(68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고 모든 개인예금에 지급보증을 약속했다.

유럽도 미국 만큼이나 금융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증거로 인식되면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4~5%대 급락했고 인도네시아는 하루만에 무려 10%대 낙폭을 보였다.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5% 내외로 급락하고 있고 러시아는 15%대 폭락사태로 이날 하루에만 두 차례나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주 증시가 급락할 때 핑계거리로 삼았던 미 하원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 법안 부결 악재도 해소됐다. 그러나 '긴급구제'가 문제 해결과는 별개라는 건 시장참여자들이 다 알고있고 유럽 등에서 새로운 구멍이 뚫리고 있다.

◇달러 강세 호재?…경기침체·유동성부족만 부각
그나마 긍정적인 뉴스라면 달러화 강세 정도다.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이 달러화 약세를 초래할 것이란 일부 전망은 어긋났다. 유로화 가치가 14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엔화를 제외한 아시아 각국 통화도 급락세다.

그러나 달러 강세는 그만큼 유동성 부족사태에 시달릴 만큼 금융위기가 심각함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적인 금융위기로 유동성 압박을 받고있는 은행과 기업들은 당장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고, 국제적으로 통용될 현금인 달러화 수요가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경기침체'(Recession)의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 UBS AG가 미국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악화될 것이라며 S&P500지수의 12개월 목표가를 9.1% 낮췄고 JP모간체이스도 '완만한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고 인정했다.

모든 문제의 원흉인 주택가격 등 '버블'의 붕괴는 지속되고 있다. 메릴린치의 맥코맥 부회장은 미국 주택가격이 소득대비 지나치게 높은 상승세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최소 1~2년은 추가 하락해야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경기침체보다 디플레이션의 압박이 세계경제에 더 위협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핑계거리가 될 만한 호재는 없는 가운데 어슴프레 길모퉁이에 모습을 드러낸 악재의 그림자는 점점 더 형태가 크고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D.A.데이비슨앤코의 프레데릭 딕슨 투자전략가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무척 힘든 한 주가 될 것"이라며 "금융위기는 이제 아주 긴 여정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산소마스크 내려오고 승객들 코피 쏟고…대만행 대한항공편 긴급 회항
  2. 2 '처형 강제추행' 혐의 유영재, 검찰 송치…선우은숙 측 녹취록 인정
  3. 3 절반이나 남아 생산라인 세웠다…재고 쌓인 전기차
  4. 4 '상간녀' 저격했는데 엉뚱한 사람…황정음, 3개월 만에 결국 피소
  5. 5 새까맣게 덮인 북한산 정상…'러브버그' 놀란 비명 더 멀리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