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러시아공장 얼마나 오고 팠나"

머니투데이 이진우 기자 | 2008.10.07 09:17

기공식때 불참, 공사현장 처음 찾아.."현지화 가속, 제조원가 낮춰라"

지난 6월 5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북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카멘카 지역의 현대차 러시아 공장 기공식 현장. 연산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 설립을 알리는 축포가 울려 퍼졌지만 정몽구 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기공식 이틀 전 열린 재판에서 사회봉사 명령 등을 받은 뒤 자숙하는 차원에서 기공식 불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빈자리'를 느껴서인지 당시 기공식에 참석했던 현대차 경영진들은 허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정 회장 역시 기공식 불참을 크게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그 후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30일 정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방문 일정이 끝나자마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공사 현장을 서둘러 찾았다.

그는 작업복 차림에 직접 작업화까지 신고 기초공사가 한 창인 공장 터 이곳저곳을 세심하게 둘러보면서 현장 책임자에게 무수한 질문을 쏟아 냈다고 한다. 그동안 러시아 공장 설립에 적극 앞장 서 왔으면서도 기공식에 참석을 못했던 탓인지 세워지는 기둥 하나하나도 소홀하게 지나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정 회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방문 전에도 대통령 공식수행 일정이 없으면 러시아 현대·기아차 사무소 관계자들을 불러 공장설립 현황 및 현지 시장공략 전략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시장의 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원가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원재료 및 부품의 현지화를 더욱 가속화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때마침 현대차는 정 회장의 러시아 방문을 전후해 러시아 공장의 생산규모를 완공 이듬해인 2012년부터 15만대로 늘리는 등 그룹의 중요한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앞서 체코와 슬로바키아 공장을 방문하는 과정에서도 전세기와, 헬기, 승용차를 번갈아 이용하는 강행군을 펼치며 유럽시장 공략을 독려했다. 특히 당초 슬로바키아에서 체코로 이동할 때 헬기를 이용할 예정이었지만 현지사정으로 헬기가 뜨지 못하는 바람에 서둘러 자동차로 서너 시간을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을 중시하는 정 회장 특유의 경영스타일이 그대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숨 쉴 틈 없는 일정 속에서도 유럽지역 법인 및 사무소장들과 함께 조찬과 오찬, 저녁을 함께 하며 현지 상황을 보고 받는 등 현지시장 공략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특히 현지 법인이나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씨드와 i30 등 유럽형 전략모델의 판매증가와 원가경쟁력 확보를 가장 많이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