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순기능 무시한 부작용의 함정"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 2008.10.06 12:01

FT "공매도, 금융주 위기 시발점 아니다"…은행 자체의 문제

각국 정부들이 경제위기 국면에서 시장 혼란을 대형 헤지펀드들과 금융기업들의 공매도(Short selling) 탓으로 돌리면서 공매도 금지 절차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공매도는 그동안 증시 호황기 때에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일등 공신으로 꼽혔다. 규제 당국들도 "공매도는 주식 거품을 방지하는 한편 증시에 유동성을 대량으로 공급한다. 또 주가를 띄우도록 설계된 가격 조작을 막아 주식 가격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순기능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FTSE와 MSCI 등 전세계 증시를 평가하는 기준들은 공매도 허용 여부를 선진 증시 평가 잣대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증시가 금융위기로 휘청거리자 규제 당국은 갑자기 공매도의 순기능을 무시하고 증시 폭락의 주범으로 매도하기 시작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증시 가격 안정에 중요한 영향을 발휘하던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이 발생, 시장을 더욱 혼란으로 몰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매도 금지로 인해 증시 거래와 신규 자금 위축이 가시화되면서 증시의 부진이 더욱 심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미국과 영국을 필두로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 선진국 증시는 물론 브라질, 러시아 등 개도국 증시들도 잇따라 공매도 금지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후 공매도를 일시적으로 금지한 국가는 17개국에 달한다. 캐나다, 미국, 브라질,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한국,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호주 등이 포함된다.

반면 증시 부양을 위해 대량 자금의 증시 유입이 절실한 중국은 오히려 공매도(실제로는 대주거래)를 증시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키로 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공매도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려오던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연기금 등 금융 기업들의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영국에서 공매도를 허용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는 공매도를 다시 허용해달라는 청원을 냈지만 즉시 거절당했다.

이미 공매도 금지에 따른 부작용은 크게 확산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로 증시에서의 거래 물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이미 공매도 금지로 다른 주식에서의 숏포지션을 통한 헤지 수단이 사라짐에 따라 롱포지션을 중단했다.


샌들러 오닐 애널리스트들은 공매도 금지 이후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41% 급감했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금지로 변동성이 더욱 확대됨에 따라 일반 유동성 공급도 급감하고 있다. 공매도 금지가 오히려 이전보다 주가를 더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크레디트스위스의 아나 아브로모빅 애널리스트는 "많은 트레이더들이 공매도 금지 이후 아예 거래를 멈추고 있다"고 밝혔다.

전세계 증시 거래의 30~40%를 차지하던 컴퓨터 모델 전략 헤지펀드도 공매도 금지 이후 위험을 수반한 거래를 더 이상 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주식 매매를 거의 중단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등 투자은행들이 자금 부족 루머로 인해 몰락하는 과정에서 공매도가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사실을 돌이켜 볼때 공매도 금지는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을 경우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 역시 뒤를 따를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영국 브래드포드앤빙리(B&B), 워싱턴뮤추얼, 포티스, 덱시아 등에 대한 구제금융 투입 과정을 지켜볼 때 문제는 공매도가 아니라 은행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오히려 투자은행들이 강력한 로비 능력을 바탕으로 금융위기의 주범이 자신들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짐 카노스 키니코스 캐피털 사장은 "은행 등 실패한 금융기업들에 대한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공매도와 헤지펀드가 증시 혼란의 책임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은 8일까지 한시적으로 금융주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공매도 금지책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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