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손놓은 펀드매니저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 2008.10.06 11:44

환매 부담에 '우량주' 구경만… 실물경기 둔화도 매수 부담

국내증시가 6일 연휴 이후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장중 연저점을 경신하는 등 3% 이상 급락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외화 수급 불안으로 장중 1250원 이상 치솟았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CD금리가 오름세를 타는 등 금융시장도 불안하다.

이 가운데 투신은 8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주력하고 있다.

오전 10시50분까지 1719억원의 매도우위를 보이는 등 최근 8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8거래일간 순매도한 금액이 1조5403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외국인이 매도에 집중한 가운데서도 수급 안전판 역할을 하던 투신이 매도우위를 보이면서 증시가 휘청대는 모습이다.

투신의 최근 매도우위는 돈줄이 마르기 때문이다. 환매요구도 지난달 상당히 거세진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주식형펀드(ETF포함)에서는 972억원이 순유출됐다. 2007년 4월 이후 월간 단위로 1년5개월만의 순유출이다.

10월 들어서는 지난 1일 하루에만 592억원이 순유출됐다. 국내투자자들의 심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하지만 익명을 전제로한 자산운용사의 본부장급 임원은 "환매는 투신사들이 매수를 자제하는 원인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9월 한달간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순유출되기는 했지만 쇼크를 일으킬만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투신들의 '팔자우위'는 기계적인 프로그램에 의존하거나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는 "아무리 둘러봐도 살만한 주식이 안보이는 마당에 비싸게 돈을 주고 주식을 사들일 이유가 적다"며 "금융위기가 실물로 번겨가는 현 상황에서 '대단한 용기'를 갖고 주식을 사는 운용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5년간 대세상승장에서 업계에 뛰어든 대부분 젊은 매니저들이 이같은 하락장 경험이 거의 없어 '바보처럼 앉아있는 게 전부'라는 설명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으로 협회에 등록된 펀드매니저 981명의 평균 운용 경력은 약 27개월이다. 상당수 펀드매니저가 2006년 이후 주식매매를 시작해 하락장 경험이 전무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상승장 경험만 있어 최근과 같은 급락장에 대한 대처가 부족하다 추정이 가능하다.

본부장급 임원은 "하락장 대처능력이 부족하다보니 주식을 팔지도 못하고, 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당분간 투신이 적극적으로 증시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귀띔했다.

또다른 운용사의 본부장급 임원은 "실물쪽에서 좋지 않은 신호가 잇따라 들려오면서 투신이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겠느냐"면서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당분간 지수는 더 밀릴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임원도 "매니저들이 오히려 겁에 질려 전망이 좋지 않은 종목은 팔고 매수는 미루는 상황"이라며 "관망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글로벌 증시에는 예견된 수순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했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의 9월 일자리수가 시장전망치(10만5000개)를 상당히 웃도는 15만 9000개 급감했고, 실업률도 2개월 연속 5년내 최저치인 6.1%를 기록,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 유럽에서도 모기지에 발목잡힌 금융기관들의 인수합병이 이뤄지는 등 나쁜 소리만 가득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한 본부장급 임원들의 지나가는 말이 오히려 향후 상황을 말해주는 듯 들린다. 이 본부장은 "이제 '주식을 사라'는 목소리가 용기있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을 보니 조만간 반등이 이뤄질 시기가 온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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