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녹색에 반하다 '12%는 녹색투자가'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08.10.08 10:13

[그린강국을 디자인하라]<4-1>세계 큰손들의 포트폴리오 변화

전 세계가 미국발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부자들의 투자는 계속된다. 다만 카멜레온처럼 색깔을 바꿀 뿐이다. 전세계 백만장자들이 주목하는 색깔은 녹색이다.

프랑스에서 발간되는 영자신문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지난 4일 세계 주요 벤처캐피털들이 차세대 투자처로 무공해 청정기술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6년간 구글, 네스케이프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을 키운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바이어스(Kleiner Perkins Caulfield & Byers, 이하 KPCB)'가 대표주자다.

KPCB는 지금까지 40개 녹색기술 기업에 약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연료전지업체인 '블룸에너지', 거울을 이용해 태양광 에너지로 발전하는 '오스라'가 대표적이다.

KPCB의 벤처캐피털리스트, 존 도어(L. John Doerr)는 "수조 달러 규모의 에너지 시장이 불가피하게, 그리고 빠르게 친환경 기술로 변하고 있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존 도어는 컴팩, 네스케이프,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아마존 등 수많은 IT 기업에 투자해 성공을 거둔 유명한 '슈퍼 벤처캐피털리스트'다. 실리콘밸리에선 그의 투자를 받으면 성공 보증수표를 받은 것으로 통한다. 그런 그가 녹색기술에서 새로운 금맥을 예감하고 있다.

'녹색금맥'을 찾고 있는 건 존 도어뿐이 아니다. 미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F Chronicle)은 세계 벤처캐피털의 녹색 투자 규모가 지난 2001년 7억1400만 달러에서 지난 2006년엔 36억 달러로, 2007년엔 52억 달러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 세계 부자들의 자금이 녹색기술, 대체에너지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컨설팅기업 캡제미니와 메릴린치가 발간한 '세계 부자 보고서 2008'에 따르면 고액자산가 중 12%가 녹색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서 고액자산가란 100만달러 이상의 투자 가능 자산을 보유한 사람, 소위 백만장자를 말한다. 전 세계에 이같은 백만장자가 약 950만명 있다.


천만장자들은 백만장자보다 녹색기술, 대체에너지에 투자하는 비율이 더 높다. 3000만달러 이상 투자 가능 자산 보유자를 뜻하는 초고액자산가 9만5000명 중 14%가 녹색투자를 하고 있다.

부자들의 사회책임투자(SRI, Social responsible Investment) 자산은 아예 녹색으로 물들었다. '세계 부자 보고서 2008'은 "고액자산가들은 미화 2조7100억달러를 SRI로 관리하는데 이 중 70% 이상이 녹색투자"라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중동, 유럽 부자들의 녹색투자 비중이 높다. 중동의 고액자산가는 21%, 유럽의 고액자산가는 20%가 녹색기술과 대체에너지에 투자하고 있었다. 중동, 유럽은 사회와 환경에 대한 부자들의 책임을 강조하는 종교, 문화적 전통이 강한 곳이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책임감' 때문에 녹색투자를 하는 걸까. 결코 아니다.

'세계 부자 보고서 2008'은 "고액자산가 절반 가량이 녹색투자의 이유로 '금융 수익'을 들었다"며 "녹색투자는 고수익을 기대하면서 더 큰 금융 리스크를 부담하려는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주로 제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에도 '녹색금맥'이 있을까. 초보 단계지만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주요 섹터별로 녹색테마에 관심을 갖도록 애널리스트들을 배치했다"며 "반도체는 태양광으로, 조선은 풍력으로, 건설과 기계는 이와 관련한 플랜트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에너지 다소비국이자 자원빈국이라 에너지 내수시장이 크다"며 "이 때문에 녹색에너지를 더 빨리 도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빈국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오히려 녹색기술 개발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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