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딜 '환헤지', 적립식으로 피하라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 2008.10.09 04:05

[머니위크]민주영의 펀드투자학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로 환율이 급등락하고 있다. 환율시장의 불안이 높아지면서 급기야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지도 모른다는 괴담까지 돌고 있다. 해외펀드 역시 환율에 따라 성과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환율 급등으로 환헤지를 안한 펀드는 그 나마 손실을 줄인데 반해 환헤지를 한 펀드는 손실을 줄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잘못된 오해다. 마치 한 면만 보고 다른 한 면은 보지 못한 것이다. 환율은 주가 못지않게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적인 환차익을 기대하고 펀드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환율 변화에 따른 투자전략을 찾기에 앞서 환율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환율이 올랐다거나 혹은 떨어졌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부터 헷갈리기가 쉽다. 환율이란 우리 돈과 외국 돈을 바꿀 때 적용되는 교환비율을 말한다. 국내펀드에 투자할 경우 당연히 우리 돈으로 펀드에 투자하고 펀드 역시 우리 돈으로 주식과 채권을 산다. 따라서 국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투자는 우리 돈으로만 거래한다.

반면 해외펀드에 투자할 경우 투자자는 우리 돈으로 투자하지만 펀드에서 해외주식이나 채권을 살 때는 외국 돈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 투자자가 펀드 해지를 요청하면 역시 펀드에서 가지고 있던 해외주식이나 채권 등을 팔아 여기서 생긴 외국 돈을 다시 우리 돈으로 바꿔서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이 때문에 해외펀드에 투자하면 당연히 환율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환율을 표시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 데 한가지는 외국 돈을 기준으로 해 환율을 나타내는 방법이고 다음은 우리 돈을 기준으로 외국 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 가를 표시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달러화가 세계 중심통화의 역할을 하면서 미국 달러화 1단위에 대한 외국통화의 비율로 표시하고 있다. 즉 '1달러에 1000원' 하는 식이다. 환율이 올랐다거나 내렸다고 말할 때 환율 표시 방법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외국 돈을 기준으로 표시할 경우 환율이 올랐다면 그 나라 통화의 대외가치가 올라갔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돈을 기준으로 할 때는 그 의미가 반대가 된다. 예를 들어 1달러당 800원에서 1000원으로 변동됐다면 우리는 흔히 환율이 올랐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는 미 달러화에 대한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환율 상승은 곧 '원화 절하'와 같은 의미인 셈이다. 반대로 환율 하락은 원화 절상으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환율은 어떻게 변동될까? 기본적으로 환율은 외국 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외국으로부터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거나 외국 금융자산을 취득하고자 할 때 외국 돈이 빠져나간다. 반대로 외국 돈이 국내에 공급되는 것은 외국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수출하거나 이전거래를 통해 이뤄진다. 또 우리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가 외국 돈을 들여오기도 한다. 결국 환율 움직임은 수출이나 수입뿐만 아니라 이전거래, 자본 이동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은행 등 외환 거래자의 예상이나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에 의해서도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기도 한다.

최근 달러화가 급등하면서 국내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지나치게 단기적인 변동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 이는 어디까지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때문이다.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주식매도가 이어지면서 단기적으로 달러화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이나 채권을 팔아 달러화로 바꾼 다음 이를 가지고 외국으로 나간 것이다. 또 그동안 흑자 기조를 유지하던 무역수지 역시 적자로 돌아서면서 국내 외환 시장에 달러화 공급이 넉넉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무역수지 적자는 유가 급등에 따른 것이다. 15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가 100달러 초반에서 안정을 찾음에 따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같은 환율 변동에 따라 해외펀드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우선 환율과 관련돼 2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 데 하나는 펀드 내에서 자체적으로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는 펀드가 있고 다른 하나는 환율 변동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펀드가 있다. 자체적으로 환헤지를 안하는 해외펀드의 경우 투자자가 가입할 때 환헤지를 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즉 환헤지란 계약기간 만료일에 일정한 원/달러 환율로 외국통화를 팔겠다는 선물환 계약을 맺어 환율변동의 위험을 피하는 것이다. 보통 은행 등에서 펀드 가입 시 1~2년 계약기간으로 선물환 계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지면서 환헤지를 하지 않은 역외펀드가 환차손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외펀드 가입 시 환헤지가 필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환율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환차익이 생겼지만 대부분 환헤지를 걸어둔 탓에 '그림의 떡'이 된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펀드에 1만달러를 투자하면서 1년 후 달러당 900원에 교환하도록 선물환 매도 계약을 체결해 두면 1년 뒤(투자금에 변동이 없었다고 가정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800원으로 떨어지더라도 달러당 900원을 적용해 900만원(1만달러x900원)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100만원(1만달러x100원)의 환차손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환율이 달러당 1000원으로 올랐을 경우에도 선물환 계약으로 인해 달러당 900원이 적용돼 100만원(1만달러x100원)의 환차익 기회를 날리게 된다.

만일 환율 변동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환헤지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쉽게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환율 변동은 주가만큼이나 예측이 불가능하다. 단기적으로 환율을 예상해 환헤지 여부를 결정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주가를 예측해서 주식을 사거나 파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모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한 나라의 돈의 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 성장과 같이 한다. 자녀 교육비 마련이나 노후자금 준비와 같이 장기적인 투자목표를 가지고 역외 펀드에 투자한다면 굳이 환헤지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 반면 해외 채권펀드의 경우는 국내보다 수익률이 크게 높지 않기 때문에 환헤지 계약을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해외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복잡한 환헤지 계약을 맺지 않고도 환율과 펀드 수익률의 변동 위험을 동시에 제거할 수 있다.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환율이 떨어졌을 때 더 많은 외국통화를 매입하게 돼 장기적으로 환율의 변동성을 줄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국 적립식으로 해외펀드에 투자하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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